영국도 상속세 폐지 대열에 합류 선언
상속세로 기업 주인이 없어지는 전세계 유일의 대한민국
중국은 항상 한국의 알짜 회사들을 노리고 있다
미국계 펀드 엘리엇에 왜 韓정부가 수천억 물어줘야 하나?
상속세율 70% 스웨덴도 결국 경제 망가지고서야 상속세 폐지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떤 길로 가야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23년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서 만나 서로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23년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서 만나 서로 대화하고 있다.

영국의 집권당인 보수당이 최근 상속세 폐지를 2025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상속세 폐지 대열에 합류할 것임을 선언했다.

영국의 상속세는 40%이다. 공제한도액은 32만 5천파운드, 즉 5억 4천만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50%이고 상속공제한도액은 5억이다. 비슷하다. 이는 곧 상속공제금액 5억을 넘으면 상속 발생 시 과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과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40% 대 50% 이외에 다른 점이 있다. 영국에서는 상속재산이 비상장기업일 경우 상속세를 100% 면제하고, 상장기업일 경우 50% 면제한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비상장기업을 경영하다 상속이 발생해도 자녀가 물려받을 때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가 기업이 지속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경우에도 상속세를 피해갈 수 있는 많은 길이 열려있어서 상속세 때문에 회사가 주인이 바뀌거나 사라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작년에 사망한 넥슨 김정주 회장의 가족은 우리나라 법에 따라 60%의 상속세를 내야했다. 즉 10조원에 달하는 고인의 상속재산 중 60%인 6조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1조 3천억원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아서 마련했을 것이고 나머지는 4조 7천억원에 해당하는 지주회사 NXC의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했다. 이를 물납이라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기재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현재 1대주주인 김정주 회장의 미망인이 언젠가 사망하면 기재부는 확실한 1대 주주가 된다. “축하합니다! 기재부님!” 그런데 축하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인가? 기재부 장관인가? 대통령인가? 아무도 없다. 그냥 기업의 주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회주의 아닌가? 영국이라면 이 경우 비상장기업이라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영국에서는 이제 상장기업의 경우 50% 감면해주는 것도 아예 없애고, 기업이 아닌 개인 재산에 대한 상속세도 없애자고 한다. 넥슨은 미래 성장 동력을 중국에서 찾는다 한다. 넥슨의 주인이 없어지면 넥슨을 가장 탐내는 나라가 중국임은 말한 나위도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김우중 회장이 작은 조선소를 인수하여 단일 조선소로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로 키운 기념비적인 회사였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때 김우중 회장을 사법처리했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걸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주인이 바뀐 것을 따지고 싶은 것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주인이 되었다. 주인이 산업은행장인가? 은행장을 임명하는 기재부장관인가? 장관을 임명하는 대통령인가? 대통령을 뽑는 국민인가? 그렇다, 국민이 주인인 것이다. 모두가 주인인 것이다. 이것은 결국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장으로부터 임명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은 임기가 3년이다. 일반적으로 선박 수주를 받으면 설계, 건조 후 인도에 3년이 걸린다. 해상구조물은 3년 이상 걸린다. 사장의 임기보다 길다. 그래서 임명된 사장에게는 장기적인 투자나 계획은 애초에 없다. 연임하기 위해 단기 실적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저가 수주를 통해 일감 확보를 과시하고 분식회계 등을 통해 적자를 숨긴다. 그 결과 적자가 수조원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그 피해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받게 되고, 결국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이라고 여겨지는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에 이 회사는 국민혈세를 엄청나게 받아먹고도 망하기 직전에 가서 헐값에 매각되었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이 되었다. 주인을 찾았다. 그런데 새로운 주인은 얼마나 주인 노릇을 하게 될까? 상속세로 60%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누가 주인이 될까? 과연 국민이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이 답일까? 한화도 결국에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때가 올 것이다. 한화 뿐 아니라 상장회사이건 비상장회사이건 관계없이 모든 기업들이 국유화되는 것이 우리나라 상속세제이다.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 때 대우조선해양을 중국이 인수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방산업체라는 특성 때문에 정부는 중국으로는 매각하지 않는다 하여 불공정 시비가 붙기도 했다. 중국은 항상 한국의 알짜 회사들을 노리고 있다. 상속세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은 중국의 밥상 위에 올라가 있는 메뉴들이다. 정작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경쟁하라고 한다.

세계 최대의 상속세 기록을 세운 삼성의 경우를 보자. 이건희 회장의 사망 후 남긴 재산을 대충 계산해보니 31조 원이었다. 주식과 재산이 20조원 쯤 되고 국가에 기증한 것이 4조원이라 하는데, 그 중에서 기증한 미술품과 골동품의 가치가 3조원이라 한다. 그런데 이는 시가로는 10조 정도 된다고 하니 그러면 삼성은 국가에 4조가 아니라 총 11조원을 기증한 것이 된다. 상속세는 20조원에서 60%를 납부해야하므로 12조원이다. 따라서 총 31조원 중에서 23조원을 국가에 내는 것이 되고 8조원만 가족들이 상속받았다. 전체 상속 재산 중에서 국가가 74%를 갖고 가족들의 손에는 26%만 남게 된다. 상속세 12조원은 6회에 걸쳐 나누어 내기로 해서 지금까지 3회 매년 2조원씩 총 6조원을 납부했다. 삼성이 매년 내는 상속세 2조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상속세수 2.25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현재까지 상속세 6조원을 냈는데 2조원은 가족들이 보유했던 삼성SDS 등을 비롯한 여러 주식들을 매각하여 마련했을 것이고 나머지 4조원은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서 납부했다한다. 이에 대한 이자만 연간 2천억원이라 한다. 총 12조원의 상속세 중에서 앞으로 6조원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더 내야 하는데 이것도 역시 대출을 받아 납부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면 매년 이자만 5천억원을 부담해야한다. 10년이면 이자만 5조원이다. 대출 원금 10조원은 그대로 남아있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나? 가능하지 않다. 유일한 가능성은 갖고 있는 주식을 매각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상속세 때문에 이건희 회장의 가족들은 경영권을 잃을 것이 예상한다. 결국 주인이 없는 회사 혹은 전 국민이 주인인 회사가 될 것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회사가 아니고 근로자들의 땀과 국민들의 관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아들 이재용이 물려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또 회사를 자손들이 물려받지 않더라도 삼성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옳다. 삼성은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국이 삼성전자의 주인이 되는 가능성은 없는가?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8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하여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엔진을 찾지 못하고 있고, 업체 간 기술 격차도 거의 따라잡혔고 취약한 기초체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시장 상황을 예측, 분석하는 경영진의 판단 능력이 예전과 같지 않고 빠른 의사 결정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졌다고도 한다. 삼성을 비난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은 이재용에 대해 뇌물공여, 국회 위증,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그는 2017년 2월 17일에 구속되어 353일간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되었다.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는데 2019년 8월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엎고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재수감 되었고 207일간 복역한 뒤 2021년 8.15 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 촛불 정권 5년 내내 교도소에 있거나 재판에 불려 다녔다. 아직도 몇 건인지도 알 수 없는 여러 재판에 피고인으로 불려 다니고 있다. 이 기간에 그는 또 상속세 12조원 납부 전략을 준비해야만 했을 것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도 더 이상 팔 수 없어서 대출을 받아서 4조원을 납부했다. 앞으로도 6조원을 더 마련해야한다. 이런 이재용에게 우리는 그의 예측, 분석, 판단 능력과 빠른 의사 결정 능력이 사라졌다고 비난한다.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라면서 손도 묶고, 발도 묶고, 안대로 눈도 가리고 싸우라 한다. 그리고 잘 싸우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능력 없다고 비난한다.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6월 한국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약 1389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다.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204억원을 출연하도록 박근혜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에는 또 승마협회를 맡고 있는 삼성이 정유라에게 71억원에 해당하는 승마용 말을 지원해줬다는 것도 포함되었고, 삼성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이 16억원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내리고 다른 건들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 16억원은 삼성이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을 잘 봐달라며 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는데 이는 잘 봐달라는 마음을 전달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이를 ‘묵시적 청탁“이라는 단어로 유죄로 판단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제3자 뇌물죄로 인정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니 기업사냥꾼들에게 빌미가 잡혔다. 영리한 엘리엇은 이를 놓칠 리 없다. 삼성이 승계문제에 대해 잘 봐달라는 마음을 갖고 16억원을 지원하고 의사표현은 안하고 마음속으로만 갖고 있었는데, 그 지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머리 좋은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이심전심으로 알아듣고 결국 청와대는 국민연금공단에 지시를 해서 삼성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하여 7억7천만 달러, 약 1조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이다. 이것이 ”묵시적 청탁“에 관한 사건이다. 무엇을 묵시적으로 청탁했을까? 승계 문제였다고 추정한다. 법원은 추정으로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 때문에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대한민국 정부가 1389억원을 엘리엇에 줘야한다고 판정했다. 승계란 무엇인가? 바로 상속이다. 상속세가 없거나 다른 국가들처럼 승계를 돕는 제도가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1984년에는 스웨덴의 상속세율이 70%였다. 제약회사 'ASTRA AB' 설립자의 미망인이 사망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배우자 간에는 상속세가 없어서 설립자가 사망했을 때는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망인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이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해야했다. 그것도 70%나 되는 막대한 양이었다. 상속세 때문에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는 소문에 주가는 떨어졌다. 주식을 전부 다 팔고도 상속세를 다 내지 못했다. 결국 자손들은 빈털터리로 스웨덴을 떠났다. 이 후 이 회사는 영국에 인수되었다. 이 회사가 나중에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해진 ASTRA ZENECA이다. 이 사건 이후 자기 회사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 많은 회사들이 스웨덴을 떠났다. 여파는 오래갔다. 당연히 투자는 줄고 실업률은 치솟고 경제난이 심해졌다. 결국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스웨덴의 높은 상속세 때문에 세계적인 제약회사 ASTRA AB를 손에 넣은 영국이 이번에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영국을 떠나는 가능성을 없애고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다는 목적으로 상속세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은 이미 비상장회사는 100%, 상장회사는 50%의 상속세 감면 제도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속세 완전 폐지를 추진한다는 선언을 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사설에서 “유권자들은 이미 세금을 떼고 벌어들인 돈으로 마련한 자산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다고 여긴다”고 주장했다. 2022년에 영국에서 성인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상속세 완전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48%이고 반대는 37%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4일간 필자가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우리 국민 중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R&R 패널 대상 온라인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 조사한 결과, 상속세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51.1%이고 반대는 38.4%였다. 우리나라는 어떤 길로 가야하나?

황승연 객원칼럼니스트(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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