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하 김명수 대법원, 수많은 '친노동 판결' 내려
현대차 손배상 청구 파기환송, 법원과 국회의 짬짜미 공조
김명수, 임기 종료 전 속전속결 끝내겠단 의중 노골화해
노정희 판결주문, '베니스 상인' 실현 불가능 판결만 못해...불법파업 조장 빌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O 문재인 정부 기간 친노본색(親勞本色) 드러낸 김명수 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은 문재인 정부 내내 친노본색(親勞本色)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법관 14명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좌파성향의 대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모두 13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은 철저히 실종 됐다.  

 오는 9월이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퇴임 전에 임기가 남아있는 좌파성향의 대법관들과 함께 계류 중인 주요 노동 관련 재판을 서두를 것으로 관측된다.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확실하게 대못을 치고 물러날 것으로 판단 된다.  한국 법조 현실의 자화상이다.  

 문재인 정권 동안 김명수 대법원 하에서 수도 없이 많은 ‘친노동 판결’이 이뤄졌다.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2020년 8월 기아 근로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준 데 이어 2021년 12월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할지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툰 소송에서도 근로자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2년 11월에는 ‘재직 중인 근로자만 받는다’는 금융감독원의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 했다.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상여금에 ‘재직 조건’이 붙더라도 ‘고정성’이 없다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10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불법 파견 여부 분쟁에서도 근로자 측에 치우친 판결을 내렸다. 2022년 7월 포스코에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의 파견 지위를 인정하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올해 4월에는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최대 10년 치 임금 차액을 원청에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까지 내렸다. 

 현재 조명을 받는 사건은 ‘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다투는 소송이다. 현대중공업이 1·2심에서 연달아 승소할 때만 해도 승기를 굳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올 1월 CJ대한통운이 같은 쟁점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파기환송으로 패소하면 사실상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도입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회에서 본회의에 붙여질 ‘노란봉투법 2조’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O 과유불급의 현대자동차 손해배상 청구 파기환송 
  
 김명수 대법원은 최근 결과적으로 불법 파업을 조장할 ‘친노조 판결’을 또 내놨다.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15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 난 1·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은 대법원 3부 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의해 주도됐다.  

 그녀가 주도한 파기환송심의 판결요지는 “노조 내 역할, 쟁의 참여도, 손실 유발액 등을 따져 불법파업 참가자의 가해액을 ‘개인별’로 산정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별 가해액 구분 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파기환송심은 불가능한 것을 ‘지능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민법 제760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동조는 “수인(數人)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지만, 수인의 행위 중 누구의 행위가 손해로 연결되었는지를 알 수 없을 때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관련자의 공동책임을 명기한 것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의 파장이 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굳이 ‘노란봉투법을 입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판례’로 노란봉투법의 입법취지가 살려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원과 국회가 짬짜미로 노동정책을 공조한 것이다. 

O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못’을 박으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11일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노동조합 또는 노조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한다”며 기존 판례를 45년 만에 변경했다. 기존에는 노동자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인정해왔다. 대법관 7명은 다수 의견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워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6월 15일 대법원은 전술한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조 손해배상 파기환송심을 선고했다. 판결요지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 전체에 대해 “동일하게 연대해 공동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기존엔 노조원들이 노조와 동일한 책임비율로 연대 책임을 졌다.

 당초 이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지만,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계획이 변경됐다. 파장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판결 때 보다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부로 내려왔다는 것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판결 후 한 달 만에 서둘러 선고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상식적으로도 ‘공동불법행위 공동책임 파기’ 같은 중요한 판결은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내렸어야 한다.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도 있는 공동책임 파기 판결’을 그렇게 서둘러 했다는 것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즉 현재의  대법관 구성이 유지되는 기일 안에 속전속결로 판결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중을 노골화 한 것이다.

O 희곡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명판결이 오버랩 되는 이유  

 세익스피어 희곡인 베니스 상인의 주요 캐릭터는 유대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Shylock), 이탈리아 상인 안토니오(Antonio), 그리고 베니스 상사법원의 재판관이다. 상사법원은 법적 근거와 이성적 판단에 기초해 ‘상업적 이익을 빠르게 보호하고,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상인 안토니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샤일록은 안토니오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안토니오의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요구한다. 지금으로 치면, 안토니오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그 사이 안토니오는 오기로 예정되었던 상선들이 침몰하면서 기한 내에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된다. 재판관은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며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재판관은 할 수 없이 그 주장을 받아들여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을 가져가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다. 

 샤일록이 칼을 들고 계약을 집행하려는 순간,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을 가져가되 피를 내서는 안 되며,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샤일록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에 처해진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털끝만큼이라도 살의 무게가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하나 더 붙여 샤일록을 궁지로 몰아세운다. 
 
 샤일록은 “어떻게 살만 도려내고 피를 내지 않는 게, 그리고 정확하게 살 1파운드만 도려내는 게 가능하냐”고 항변 하지만 재판관은 오히려 “당신이 원하던 대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분통이 터진 샤일록은 법정을 나가버리려 하지만, 재판관은 “계략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이방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적용해 샤일록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고 안토니오는 목숨을 부지한다. 샤일록은 ‘계약’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안토니오를 죽이려’ 했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한다.   

 대법원 3부 노정희 주심의 판결주문은 공동변상이 아닌 “가해자 별로 피해액을 개별화해  청구하라”는 것이다. 이는 “피를 흘리지 말고 살만 1파운드 베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문을 재판관이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베니스 상사법원은 상업적 이익을 지키고 분쟁을 해결했다. 즉 안토니오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빌미를 주고 있다. 

 피해 원상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증책임 귀속’이다.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독극물을 뿌린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독극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게 하면 사회는 무한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자리에 오른 좌파 대법관들은 임기 끝까지 ‘친노 판례’ 작성의 주구(呪具)가 되겠단 결심을 한 듯하다. 희곡 판결보다 못한 판결을 하는 대법원이란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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