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정치공격 일삼는 단체
후원하는 상황 용납할수 없다"
주관단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민주화...사업회', 정부보조금 127억 받아 
이사장 지선스님은 文정권에서 임명
국힘, 보조금 관리 법률안 마련

 '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의 행사 포스터

1987년 6월 군사독재에 항거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인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9일 전격 결정했다.

정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했으며, 2020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다.

행안부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주최자에서 빠지기로 했다.

행안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 단체로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8일 '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오는 10일 서울시청 주변에서 범국민추모제를 개최한다는 행사광고를 한겨레신문에 냈고 광고에는 정권 퇴진 문구가 포함됐다.

내용을 보면 '민중세상 가로막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 정권 노동자 투쟁으로 끝장내자',  '주권과 평화 파괴하는 미국과 윤석열은 물러나라',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양심수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담겼다. 

그리고 광고에 전국민중행동,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가 주관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한다고 명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산하 공공기관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 세력을 후원한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내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기념식에는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인 한창섭 차관이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다.

행안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도 다음 주부터 벌이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확실히 정리하겠다"며 "사업비가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등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산하 특수법인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다.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 1분기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2023년 예산으로 정부 보조금 173억9300만 원이 잡혀있다. 지난해에는 127억4700만 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받았다. 

사업회 이사장은 지선스님으로 1987년 6·10 민주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됐고, 2020년 연임됐다.

'정권 퇴진 행사 후원'  논란이 일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전날 설명자료에서 '2023년 민주화운동 정신계승 협력사업'을 공모해 해당 행사를 선정했으며 지원은 무대설치비에 한정됐다면서 "해당 단체가 기념사업회와 협의 없이 당초 사업 내용과 달리 대통령 퇴진 요구 등의 정치적 내용을 포함했으며 '기념사업회 후원' 명칭도 협의 없이 임의로 광고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단체에 공모 선정 취소를 통보했으며 지원금 역시 집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향후 3년간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기준을 현행 연간 10억 원 이상 수령 단체에서 3억 원 이상 단체로 강화하고, 정산보고서의 검증 대상도 넓히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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