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靑대변인, "보도대로면 北 상종못할 존재 돼"...보도 반박보다는 부인 일관
TV조선 "이례적 성명" 지적…"北 취재비 요구보도 취재원 있다, 연막탄 보도는 이미 사과"
한국당 "북핵문제 비판언론에 선전포고, 대한민국 위태롭게 해…DJ정권, 언론통제 떠올라"
김의겸, 이튿날 성명 배경 질문에 "내가 알아서 썼고 대통령 안보여드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가 29일 대변인 성명으로 북핵 문제 관련 '일부 보도가 사실이 아니고 국익을 해친다'며 조선일보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TV조선은 "청와대 대변인의 이번 성명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선일보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정권과 국내 최대 언론사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조선일보 및 TV조선 보도 관련 대변인 논평'을 내 "대단히 엄중한 시절이다. 기사 한 꼭지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최근의 남북미 상황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선 데 대해 "지금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면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인데 언론 보도가 그 위태로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일보 등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5월28일자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TV조선의 5월24일자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5월19일자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 보도를 거론,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김 대변인은 "평소처럼 우리 내부만의 문제라면 굳이 (보도를) 들추지 않아도 되지만 남북미가 각자 핵심적 이익을 걸어놓고 담판을 벌이는 시점이다. 말 한마디로 빚어진 오해와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 2차장이 몰래 평양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그대로 믿게 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우리 정부의 말을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정직한 중재자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것이고 이런 보도는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후속 오보를 낳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언론에게 북한은 '사실 보도'라는 기본 원칙이 매우 자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던 보도영역이었다"며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거짓임이 드러나더라도 북한이 법적 조처를 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북한 정권을 거듭 감쌌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종이라는 유혹 앞에 언론인의 책임감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너무도 잦았다"며 "이제 이런(북한 관련 허위사실) 보도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이 엄중해질수록 그 필요성도 커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새해 첫날부터 '통일은 미래다'라는 대형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그때 조선일보가 말한 '미래'와 지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미래'가 어떻게 다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헌법에 부합하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지향했던 박근혜 정부와, 북한 체제보장 노력과 함께 '함께 살든 따로 살든'이라는 대통령 어록이 반영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노선의 차이를 무시하고 "어떻게 다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조선일보 등에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란다. 어렵게 어렵게 떼고 있는 걸음이 무겁다"고 밝혀, '무턱대고 발목잡는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TV조선은 같은날 입장문을 내 "김 대변인이 문제삼은 TV조선의 <北, 미 언론에 취재비 1만달러 요구> 기사는 복수의 외신 기자를 상대로 취재해 보도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취재원과의 대화 녹취록과 이메일도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어 "민감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고 취재원 보호를 위해 현재로선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TV조선은 "김 대변인은 또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을 마치 TV조선이 정규 뉴스 프로그램에서 내보낸 정식 리포트인 것처럼 인용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당시는 5월24일 늦은 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취소 서한 발표로 보도본부가 특보 준비를 위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미확인 첩보와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뉴스 팀의 착오로 그같은 문구가 온라인에 10여분간 노출됐다가 발견 즉시 삭제됐다. 또 즉각 사과했다"고 밝힌 뒤 "청와대 대변인의 이번 성명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자유한국당도 같은날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를 겨냥 "특정 언론의 보도를 '사실보도'가 아니라는 전제로 거짓이라고 단정한 것도 문제이지만 향후 남북미 정세와 관련된 보도 자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은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재갈을 물리려는 폭압적 행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의 비판을 발목잡기로 인식하는 문재인 정권의 언론관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북핵 문제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더욱 위태롭게 한다"고 덧붙였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특히 "언론이 남북미 정세에 끼치는 영향을 그렇게 걱정하면서 정작 북한이 대한민국 야당 지도자(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비난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때 청와대는 말 한마디라도 대응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 언론의 보도 자유는 그렇게도 존중하면서 대한민국의 언론에 대해서는 '책임' 운운하며 대놓고 '말조심 하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엄포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권의 언론 통제를 상기시킨다"며 "2001년 언론이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등 반여(反與) 분위기를 조성하자 청와대가 보수언론을 '세무조사'로 압박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는 의혹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있는 만큼 청와대의 이번 논평이 그 수순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는 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게 더 큰 비수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를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튿날인 30일 김 대변인은 청와대 기자단으로부터 자신이 성명을 낸 의도와 배경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조선일보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예고했던 것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이라는 용어로 질문이 나오자) 제가 써놓고 그런 표현을 썼는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가 '예컨대 일본 아사히신문 같은 경우 출입정지를 당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아 네, 뭐"라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아서 썼다", "대통령께 보여드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선일보가 아닌 다른 언론에도 (비판적인) 보도가 있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보도가 미치는) 미치는 파장이 좀 달랐다"며 "(내부가) 아니라 청와대 담장을 넘어서(였다)"라고 했다. '조선일보·TV조선 보도에 미국이나 북한의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냐'는 추궁에는 "그 정도만 말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앞서 지난달 9일 조선일보의 김기식 당시 금융감독원장(현재 사퇴)의 외유 의혹 보도에 대해서도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며 "기사 쓸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꼰 바 있다. 자신이 ▲김기식 전 금감원장 미국·유럽 출장비 3077만원을 지원한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대한 자금지원 실무를 맡은 한미연구소(USKI)의 사업 내역보고서를 "허접스럽다"고 폄하한 것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 중 '나홀로' 이 KIEP의 예산지원 출장을 다녀온 것을 "(KIEP의) 실패한 로비"라고 치부한 사실을 조선일보가 보도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후 청와대는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에 이르기까지 각종 후속 의혹보도와 함께 '방탄' 논란에 직면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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