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에 쏟아진 가짜 뉴스들…"선 넘었다" 2022.04.01(사진=연합뉴스)
만우절에 쏟아진 가짜 뉴스들…"선 넘었다" 2022.04.01(사진=연합뉴스)

가짜뉴스의 폐해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그 이유는 15세기 신문 등장 이후 500여 년간 이어져 온 매스미디어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정보혁명은 인류에게 온라인 공간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이곳에서 인간들은 제약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활자가 성직자들의 지식 독점을 붕괴시킨 이후, 지식인과 언론이 주도해왔던 정보 독점 구조가 또다시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무한한 표현의 자유는 지식의 민주화나 정보 평등과 같은 긍정적 측면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 자본주의 체제와 합리적 이성주의를 비판하고 인간성 회복을 주장했던 포스트 모던니스트들까지도 자본주의유산이라 할 수 있는 첨단 정보기술에 기대를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21세기 들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사소통행위들은 엄청난 편의성과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 없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사회의 근본 질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아나키스트가 아니라면 반사회 행위와 일탈이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짜뉴스’다. 2016년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이 반장난으로 시작했던 허위 뉴스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시작된 가짜뉴스는 미국 대통령선거와 영국 브렉시트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특히 러시아,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대외 심리전 수단으로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공격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중에 가짜뉴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른바 샤프파워(sharp power) 작전이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두 나라 모두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전황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전쟁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짜뉴스가 가장 번성하고 있는 곳이 아마 대한민국일 것이다. 유튜브 같은 인터넷 언론들은 물론이고 기존 언론들까지 가짜뉴스를 경쟁적으로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어떤 게 사실이고 거짓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생산한 가짜뉴스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중에 등장했던 ‘쥴리’에서부터 ‘생태탕’과 ‘페라가모’,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천공’, ‘청담동 술자리’ 그리고 최근 ‘일광’ 같은 친일 가짜뉴스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치 대통령과 정권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공격을 가짜뉴스로 위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정치적 목적의 가짜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온라인이 일종의 치외법권 공간 때문이다. 하지만 황당하기 그지없는 정치적 가짜뉴스들이 위력을 떨치는 이유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토양 때문이다. 무엇보다 극렬 지지층들의 병리적 집단화는 가짜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 정치적 가짜뉴스들이 상업적으로도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결정적 이유는 생산 주체가 온라인 매체뿐 아니라 기성 언론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좌파 언론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KBS, MBC 같은 공영방송들이 가짜뉴스를 주도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들은 좌파 인터넷 매체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확산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거짓의 정도가 부풀어지면서 더 그럴듯하고 선정적인 가짜뉴스로 부풀려진다. 그 결과 가짜뉴스는 더 확실한 사실로 둔갑해 기성 언론들이 다시 재생산하는 순환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가짜뉴스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할 기성 언론들이 가짜뉴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경기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심판이 앞장서서 룰을 파괴하고 반칙을 유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대한민국을 가짜뉴스 창궐국가로 만든 주범은 정치예속화되어 정치적 편파성이 체화된 기성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다. 집권 1년이 다되도록 지지부진한 언론 개혁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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