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 노인이 차편이 끊긴 사이 몸을 녹이려 찾아간 지구대에서 오히려 경찰관들의 박대를 당해 논란이 된 부산 동부경찰서. 이번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신고자를 폭행해 기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해자 경찰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편파적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검찰청은 최근 부산 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A경위를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해 6월4일 발생했다.

부산역 맞은편에 위치한 텍사스 거리 소재 모(某) 술집 앞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보이는 어느 외국인 남성이 여성을 붙잡고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목격한 이 사건 피해자는 경찰을 불렀다.

피해자에 따르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 동부경찰서 초량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시비가 자신에게까지 번졌다고 한다. 술집 사장과 외국인 남성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는 출동 경찰관들에게 외국인 남성 등의 신원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A경위는 피해자에게 “이상한 놈”이라며 “왜 계속 도발하느냐” “집에 가라” 등의 말을 했고 피해자가 “경찰관이 신고한 사람에게 그렇게 말해도 되느냐”며 따지자 A경위는 피해자에게 오히려 “네가 좋아하는 고소를 해라” “민원 넣어라” 등 비꼬듯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평소 경찰에 민원을 많이 넣는 데 대해 지역 경찰관들이 자신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게 피해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실랑이가 있은 후 상황이 정리되는 모습이 보이자 피해자는 집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자 A경위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와 자신의 팔을 가격하고 어깨를 잡으려 했다. 피해자는 방어적으로 A경위의 손을 밀쳐냈지만, A경위 등 현장 경찰관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폭행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찰과상을 입었다.

황당한 일은 계속됐다. 지구대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는 다시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가 하면 수술 자국을 보고는 “다친 데에다가 문신을 하는 건 어떻냐”고 하기도 하고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정치적 성향에 관한 질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는 A경위를 독직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초동 수사에서 부산진경찰서에서는 A경위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A경위의 행위가 고스란히 폐쇄회로(CC)TV에 녹화되는 등 명확한 물증이 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가 나오자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했다.

사건을 다시 검토한 부산지검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결국 최근 A경위의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론을 내고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 A경위가 자신에게 달려와 폭행을 가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경위는 당시 경찰관들이 자신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권과 진술거부권 등을 골자로 하는 권리 고지(告知)(소위 ‘미란다 고지’)도 없었다면서 “동료 경찰관이라고 해서 ‘봐주기’ 수사를 하는 등 부산 지역 경찰의 ‘사건 뭉개기’가 너무 심하다”는 표현으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형법 제125조(폭행, 가혹행위)는 “재판, 검찰, 경찰 그 밖에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형사피의자나 그 밖의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폭행’ 또는 ‘가혹행위’의 결과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4조의2(체포·감금 등의 가중처벌)에 따라 각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A경위를 폭행 혐의로 기소한 검찰에 대해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에 행한 폭행을 ‘독직폭행’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결국 물증이 명백한 상황에서 기소를 안 할 수는 없으되 보다 형량이 낮은 죄목으로 기소함으로써 A경위에게 선처를 베푼 것으로 보인다”며 “불기소 처분한 혐의 부분에 대해 검찰 항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제의 경찰관은 최근 같은 경찰서 자성대파출소로 전보 조치됐다고 한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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