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지원금, '김정은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로 지출...지원 예산에 합당한 관리 없어
정의연 회계 부정에도 근본적인 개선 조치 없는 이유는 '부패 카르텔' 만들어졌기 때문
국민 혈세 쓰는 곳에 성역 존재할 수 없어...노조회계 투명성 제고는 노조개혁의 첫 발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녹녹치 않은 2023년 각종 경제지표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외국기관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속락하고 있다. 1%대의 실질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86억39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4억6700만 달러)의 39%가 올 들어 51일 만에 쌓인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위기 요인이 존재한다. 신뢰와 투명성 위기가 그것이다. 시민단체 지원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천박한 속설이 만연하고 있다. 그리고 귀족노조는 여전히 ‘깜깜이 회계’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서 걷어 자율적으로 쓰는데 웬 참견이냐”는 식이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가 보조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더 이상 ‘사적 회계’가 아니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며 경제성장의 기반이다. '신뢰하면 상호 호혜(mutual benefit)와 협력(cooperation)이 촉진돼 공동체의 발전이 촉발된다. 신뢰 자본은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무형의 필수 자원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치러야 한다. 치안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모든 사람은 무장을 해야 한다. 그 자체가 낭비이고 걸림돌이다. 신뢰는 ‘투명성’에 기초한다.  투명성 부족은 신뢰위기를 낳고 신뢰위기는 체제의 밑동을 흔든다.  

O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시민단체 지원금

시민단체 지원금은 제대로 집행되었는 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속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상흔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이 이뤄졌고 한편으론 추모와 유족 지원 등을 위한 별도의 간접적 ‘지원’이 이뤄졌다. 후자와 관련 해, 2017년부터 6년간 총 110억원의 국가지원금이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일환으로 유족과 관련 단체에 지급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권하에서 세월호 사건은 ‘성역화’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명록에 적은 “얘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의 문구가 이를 압축하고 있다. 그동안 ‘지원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합당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단체 ‘안산청년회’는 2018년 다른 단체들과 함께 ‘미래세대 치유회복 사업’을 위한 명분으로 일정금액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비 일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개최비용으로 지출되었다. '4·16기억저장소' 관계자들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교육자료 제작을 위해 안산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세월호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안산시민의 심리 안정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사업은 마땅히 지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정은 신년사 학습이 안산시민의 일상회복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타인의 무고한 죽음을 ‘종북활동’수단으로 이용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 지원금 유용은 안산시뿐만이 아니다. 2021년 3월부터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아 온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조선노동당 대회 이해 높이기’ ‘윤석열 퇴진 중고생 집회’ 등 정치이념·사상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 신분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정치연대를 만드는데 국민의 혈세가 쓰였다는 것은 단순 일탈의 범주를 넘는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박원순 시장 시절 천문학적 시민단체 지원 사실이 공개되었을 때 유감스럽게도 ‘근본적인 개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한국사회에 왜 이토록 세금도둑이 많은 가를 맹성해야 한다. 우연은 없다. 정치권력이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시민단체는 반대급부로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부패 카르텔을 깨야 한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 취지를 담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

O 귀족 노조의 깜깜이 회계, 투명성 부재가 부패 부른다.

“Clean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또 다른 개혁과제이다. 청렴은 투명성 확보로부터 시작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에 ‘회계장부 비치 및 보존’을 요구했다. 20일 “회계장부 비치·보존 여부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4일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그럼에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조에는 “질서위반행위법에 따라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면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 시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조는 이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라는 요구가 노조탄압일 수는 없다. 노조는 조합이다.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조합이 운영된다면 조합원은 “내가 낸 조합비가 근로자의 복리 후생 증진에 합당하게 쓰였는지” 감독할 포괄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노조와 정권은 사실상 한 몸이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간 임차료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했던 사실에서 유착관계가 드러난다.  

민노총은 수원 인계동의 경기도 노동복지센터를 2020년 5월부터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민노총은 이 건물을 경기본부로 쓰고 있는데, 경기도는 무상 임대에 관리비까지 지원한다. 이재명 지사 시절 도가 약 40억원을 들여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민노총에 운영을 맡긴 것이다. 시·군 단위 종합복지관에 사무실을 둔 한국노총 지부도 15곳이나 된다. 시·도 소유지만 근로자복지관 형태로 노조에 넘어간 건물은 4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복지에 활용돼야 할 건물이 노조 전용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귀족노조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조합비에 나랏돈까지 받아 쓰면서 회계자료 제출 등 최소한의 법적 의무도 안 지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노조 본연의 활동과 상관없는 반미·반정부 정치 투쟁을 일삼는 집단에 회계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정부가 노조를 공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지 노조 지도부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 아니다.

노동개혁, 노조개혁의 첫발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구축, 국제 기준에 맞춘 조합원 열람권 보장, 회계 감사 사유 확대 등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