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비판서 발간계기 외압설은 부인 "독자적 판단, 활동폭 넓히는 차원"
사직 직후부터 對언론 직접 접촉 보폭 넓히는듯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지난 5월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지난 5월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탈북 엘리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23일 친북성향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소 연구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제부터 나는 자유로운 몸"이라는 소회를 밝히면서, 활동의 보폭을 넓히려는 차원임을 시사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2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날짜부로 제가 몸담아온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직을 사직했다"고 밝혔다. 

급작스레 그만두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왜 사직하게 됐는지는 차후 남북관계가 평가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분명한 건 이제부터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여름 런던에서 부인과 아들 2명을 동반해 탈북·망명한 태 전 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해 왔다. 

올들어 북한이 유화공세를 펼치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분위기 속에서 외부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의혹이 간헐적으로 제기됐으나, 청와대와 국정원·정부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태 전 공사는 최근에는 북한 김씨 3대 세습 정권의 내부 실상을 폭로하는 저서 '태영호 증언-3층 서기실의 암호'를 발간했다. 그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당초 2월말 집필을 마쳤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대화국면 등을 계기로 즉각 발간하지 못하고, 4·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5월 중 책을 내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은 태 전 공사의 책 발간 직후인 지난 16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을 통해 "인간 쓰레기"등 비난을 퍼부으며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산시켜버렸다. 또 대남 선동매체를 동원해 문재인 정부와 국정원에 "태영호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비판서를 낸 것과 관련한 압박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며 "누가 뭐라한 게 아니라 제가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란 점, 독자적인 판단과 결심에 스스로 사직한 것이란 점을 강조해달라"고 부인했다.

이어 "자진해서 그만뒀다는 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마치 누가 압력을 넣어서 그러는 걸로 알 수 있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단순히 북한 체제비판적 저서를 발간한 것만이 사퇴 계기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 전 공사는 '국정원 산하 연구소 사퇴가 향후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네 그런 차원이라 보시면 된다"고 답했다.

신변 경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건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북한이 태 전 공사의 신변위해를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5명 안팎의 전담 경호팀과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차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길을 갈지는 차츰 정리를 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만 활동할 것인가. 해외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앞으로의 제 활동은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해 미국 등 외국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활동을 벌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종전처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거치지 않아도 대외 접촉이 가능해진 태 전 공사는 연구위원직 사퇴 직후부터 언론 인터뷰 등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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