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원하는 대로 탱크 지원을 이끌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속히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까지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도 가능해져야 한다. 포병 전력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항공기 지원도 확보해야 한다. 이건 꿈이고, 임무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밝히면서 서방이 탱크를 충분한 물량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와 규모가 지금 핵심"이라며 "최전선 영웅들에게 전세계에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수록 러시아의 침략이 더 빨리 마무리되고, 우크라이나의 안보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영토를 수복하려면 노후한 자국 탱크를 대체해야 한다면서 신형 탱크 지원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미국 등은 대형무기 지원이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으로 이어질까 우려했고 탱크 지원을 마지막까지 꺼려왔다. 특히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레오파드2 탱크를 지원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 탱크를 보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날 탱크 지원을 전격 결정했다. 독일 등 유럽의 NATO 회원국들이 탱크 지원을 발표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탱크대대가 31대로 편성되는 만큼 이는 1개 대대분에 맞춘 지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 앞서 NATO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러시아에 대한 공격 의도는 없다. 러시아군이 러시아로 돌아간다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며, 전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의 지원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길 바라겠지만, (그는) 틀렸다"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우리는 단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육군의 주력탱크인 에이브럼스는 120mm 주포와 50구경 기관총, 7.62mm 기관총을 장착했다. 1천500마력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42마일(약 67km)로 주행할 수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자랑스럽게도 에이브럼스 탱크는 세계 최고"라며 "이 엄청난 새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장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에이브럼스가 러시아가 주로 사용하는 T-72, T-80, T-90 탱크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우수한 기동성과 화력을 갖춘 탱크를 다량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젤렌스키가 요구해온 무기체계 가운데 전투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을 지원한 셈이 됐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젤렌스키의 전투기 지원 요구에 대해 "우린 우크라이나와 그들의 역량을 논의 중이며, 상황 변화에 따라 이를 발전시켜 왔다"며 "그들이 더 많은 시스템을 원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 그들이 전투기를 얘기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어떤 발표 사항도 없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