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러시아·중국·이란은 '추축국'으로 부를 수 있을지도"

지난 20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랴잔의 모병 훈련 센터를 방문한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각)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공격무기 등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선택'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엔 두 가지 선택만 있다"며 "우크라가 승리하도록 무기를 지급하거나 혹은 우크라를 포기하고 그로 인한 좋지 못한 결과와 수십년 간 함께 사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2월 24일 푸틴이 우크라 국경을 돌파한 후 그의 야망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푸틴은 전쟁 초창기에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하는 등 굴욕적인 실패를 겪었음에도 목표를 바꾸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 전역 혹은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해 '대 러시아 제국'에 통합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많은 이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지만 푸틴의 유일한 '합의'는 우크라의 항복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푸틴을 격퇴하는 것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며 "우크라에서의 미국 국익이 동유럽에 한정되지 않음을 인식하면서 우크라가 이길 수 있도록 무기를 제공해 러시아-중국-이란의 '추축국'의 야망을 꺾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같은 강경한 주장은 일각에서 '미국이 우크라 동부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하고 종전해야한다'는 화의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더 주목된단 평가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의 사설 전문.

 

우크라이나에서의 미국의 선택(America's choice in Ukraine)

-푸틴이 전쟁을 원하는 한, 평화 정착 추구는 환상이다(As long as Putin wants war, seeking a peace settlement is a fantasy)

우크라이나에서의 1년 간의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평화'를 설교하고 있는 서방의 정치인들이 그가 화요일에 했던 연설에 귀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러시아인은 오직 더 많은 전쟁을 약속했고 서방에 그 책임이 있다며 비난했다. 푸틴의 선택은 결국 서방에 두 가지 선택만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도록 무기를 지급하거나 혹은 우크라를 포기하고 그로 인한 좋지 못한 결과와 수십년 간 함께 사는 것이다.

지난해 2월 24일 푸틴이 우크라의 국경을 가볍게 돌파한 이후 그의 야망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전쟁 초창기에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한 푸틴의 굴욕스런 실패에도 그는 군대를 재편성해 우크라 동부를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인들에 고통을 주고 있다.

추산에 의하면 러시아인들은 그동안 작전 전력의 절반인 약 2000여 대의 탱크를 잃었고, 창고에서 옛 소련 시대의 고물 장비를 꺼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은 드론과 다른 군사 장비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이란에 눈을 돌렸고, 이제는 중국이 무기를 공급해주길 바라고 있다.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는' 10만명 이상의 러시아 병사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펜타곤은 말하고 있지만, 푸틴은 20만 명 이상을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장비 보급 또한 처참하다.

푸틴의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우크라 전역 혹은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해 대(大) '러시아 제국'에 통합하는 것이다. 푸틴은 여전히 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그를 지지하는 서방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이들이 협상 테이블에 자리잡을 준비가 돼 있지만 푸틴은 아니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유일한 '합의'는 우크라의 항복이다.

그렇다면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는 푸틴을 격퇴하는 것인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수사에서는 우크라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그가 화요일 폴란드에서 했던 연설은 '독재자를 달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대항해야 할 존재다'라고 올바르게 지적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주의(triumphalism) 분위기는 시기상조다. 우크라는 여전히 잘 수도 있다. 또 우크라를 뒷받침하는 동맹의 행동은 상반될 때가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 시스템은 러시아군 진지를 더 깊숙히 타격하고 싶어하는 우크라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장거리 무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의 여분이 없다는 말을 흘리고 있지만, 동맹의 재고 추정치는 수천에 달한다.

이게 1년간의 패턴이다. 바이든 팀은 탱크, 패트리어트 미세일, 하이마르 등 특정 무기가 우크라에 지원될 수 없는 이유를 게워 내고 있다.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 '우크라군 훈련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다' 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대는 미국인들과 의회의 비판을 받고 나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우크라는 무기를 받는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고 F-16 전투기를 바로 제공할 수 있나?

우크라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제공받는 게 점점 시급해지고 있다. 만일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받는다면, 전쟁은 인명피해가 더 큰 교착상태로 말려들거나 우크라의 패배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의 개입으로 패배의 글로벌 리스크가 올라감에도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에서의 이해관계에 대해 점점 회의적이 되어가는 미국인들에 더 직접적으로 말할수도 있고, 외국의 '주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윌슨 대통령식의 도피가 아닌, 미국의 핵심 국익에 도움이 되므로 지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크라에서의 이해관계는 동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 이란, 중국은 '추축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협력하고 있다. 이들이 협력하는 이유는 그들이 할수 있는 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만일 우크라가 대 러시아 공영권에 흡수된다면, 세계는 독재자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 지원의 리스크는 실재하지만, 우크라를 포기하는 리스크는 더 크다. 우크라인들은 대담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앞선 미국의 무기 없이는 이 이야기는 끝날 수 있다. 여기엔 푸틴이 유럽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중국이 대담해지고, 미국이 약해지는 상황이 병행된다. 그건 원하는 평화가 아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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