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초 '성남FC 의혹' 관련 검찰소환조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을 앞세워 검찰수사를 맹공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공당(公堂)을 사당화(私黨化)하고 있는 심각한 정치일탈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조차 “이 대표 개인비리에 대해 당이 나서면 안된다”, “이 대표 측근의 범죄가 확인되면 자신이 무관해도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원칙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이 대표 비리 관련 수사 검사 명단을 추가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사 좌표찍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또 다시 앞장서서 이 대표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에 대한 ‘정치 테러’를 부추길 경우, 민주당의 사당화 현상은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대표, 문 전 대통령과 ‘동병상련’ 확인 뒤 자신감 회복...“검찰 수사는 ‘민주주의 후퇴’”

지난 연말까지 ‘사법 리스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했던 이 대표는 최근 잇따라 약식 기자회견 등의 방식을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검찰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의 1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가 이 대표 방탄 국회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제가 소환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데 뭘 방탄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또 “당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사법 리스크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미 기존에 답한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약식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 판단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지난 연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라는 관행까지 깼던 이 대표의 태도가 돌변한 시점은 지난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전후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도부와 함께 양산 사저로 가 문 전 대통령 부부와 1시간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안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후퇴가 검찰 수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딱 집어 말한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게 문 대통령의 뜻임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당력을 모아 다음 주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한다는 데 의기투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정권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 전 대통령도 향후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 때를 대비해서라도 이 대표 방어에 뜻을 보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재명 ‘사당화’ 우려, 민주당 내에서도 커져... 공당이 민생 팽개치고 개인 비리 옹호에 집중

이 같은 적반하장식 태도는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개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4일 BBS 라디오에서 “당은 철저하게 국민의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의 의혹은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무고함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국면에서 민주당이 당 대표의 개인 비리 옹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대표적인 친명계로 꼽히는 한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법적 책임은 개인적인 것이니 그것에 대해선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사당화되는 민주당, 2017년 수사 실명제 취지 왜곡하며 ‘정치 테러’ 합리화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수록 민주당의 사당화는 심각해질 조짐이다.

민주당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수사검사 신상공개’ 입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실무 아이디어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중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1당 대표의 개인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수사 검사를 겁박하기 위한 입법이 검토되는 것은 초유의 사태이다. ‘사당화’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홍보국은 앞서 지난달 23일 이 대표와 관련된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이 담긴 웹자보를 만들어 당 지역위원회에 배포한 바 있다. 소위 ‘1차 수사검사 공개’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법치주의를 훼손한 검사 좌표찍기’, ‘검사 조리돌림 지시’ 등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당한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 테러 시도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17년부터 수사 실명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16명의 검사 명단을 돌린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수사 실명제는 수사자료에 검사 및 형사의 실명을 기재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1차 수사검사 명단 공개’나 ‘수사검사 신상 공개 입법’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야당탄압이자 조작 수사라는 전제 아래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중심으로 수사 검사들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공개’라는 단어를 쓴다고 수사 실명제와 자신들이 행하는 정치테러가 동일하다는 주장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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