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피의 사실 공표’라며 반발했고, 법무부 측은 ‘국회법에 따른 당연한 임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노웅래 혐의 설명하며 압박한 한동훈, ‘방탄 민주당’ 프레임 만들기에 성공

국회법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이지만, 과거 장관들과는 달리 유례없는 상세한 설명에 ‘한 장관의 속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장관이 이례적으로 수사 중 나온 증거들까지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가결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MBC라디오에서 “비호감도를 높여 혹시 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렇게 얘기를 했냐는 생각이 상당히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쨌거나 한 장관이 부결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인식을 모두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장관이 일부러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방탄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게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도 체포동의안이 나올 경우, 연이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만들어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노 의원의 경우에는 당내 의원들에게는 친전을 보내고, 일일이 개별 의원실을 방문해 부결을 호소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까지 찾아가 무죄를 호소하며 부결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일부가 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민주당, 노웅래보다 혐의가 위중한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에 ‘부담’ 생겨

반면 이 대표의 경우에는 혐의가 훨씬 중한데도 불구하고, 현재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의외의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비명계 의원들 대다수가 이 대표에게 발부될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 의원에 이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연속으로 부결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방탄 정당’이라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따라서 한 장관이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부결’로 이끌기 위해 일부러 상세한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20여년 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를 직접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돼 있는 사건을 본 적이 없다”며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연이어 한 장 관은 노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한 장관이 나열한 증거로는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줬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이 있다.

한동훈, ‘귀하게 쓸께요’ ‘또 도와주느냐’ 등 노웅래의 생생한 발언 내용 공개

녹음 파일 외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와 ‘저번에 도와줘서 잘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는 노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전화 통화 녹음파일 등등 증거는 차고 넘쳤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의 혐의에 대해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공직자라도 직무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고 명확한 증거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조작한 것이라고 거짓 음모론을 펴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 예외 없이 구속수사를 받게 된다”며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당연한 기준이 노 의원에게만은 적용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무기명투표로 진행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71명 가운데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뒤 한 장관을 향해 “국회 본회의에 검찰 수사팀장으로 섰냐”라며 반발했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노웅래, 한 장관이 ‘달’을 가리키는데 그 손가락 끝을 보고 비난

노웅래 의원은 자신의 뇌물·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입장문을 내고 “유례 없는 법무부 장관의 불법 피의사실 공표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공개된 자신의 발언 내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일체 없었다. 한 장관이 ‘달(비리혐의 증거들)’을 가리키는데, 그 손가락 끝을 보며 비난하고 있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국회법 93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의무”라는 입장이다.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역대 법무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경우, 해당 국회의원들의 혐의를 국회 본회의에서 설명해왔다.

작년에만도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이상직 전 의원,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혐의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법 규정에 따른 것인데, 불법 피의사실 공표라는 노 의원의 주장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당사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녹취록의 내용을 담당 검사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냐”며 “야당 정치인에 대해 언제부터 개별 지휘 하고 있던 것인지, 야당 탄압 공작의 정치 검찰 배후에는 도대체 누가 있는 것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주실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 피의사실 공표라는 노웅래와 민주당의 비난, 실정법도 모르는 큰 소리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 자료로서 범죄 혐의와 증거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보고사무규칙상의 사건 보고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에 장관이 직접 설명을 해야 하는 노 의원 사건은 더욱 자세히 보고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국회법 93조는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국회 본회의) 안건은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경우 제안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이 노 의원의 혐의사실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법적 절차이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실정법도 모르고 큰소리치는 행위이다.

2008년 18대 국회부터 이번 노웅래 의원까지 모두 13건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장에 올라왔다. 과거 정부 법무부 장관들도 모두 체포동의안에 대해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

박범계 전 장관은 작년 4월 이상직 전 의원(당시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전주지검은 2021년 4월 9일 이 의원에 대해 이스타 항공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재산적 손해를 입게 했다는 취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날 전주지법은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작년 9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용인시장 재직 시절 주택개발사업과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인시 소재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3자가 매수하게 하는 등 합계 4억 6000만원을 수수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0월 민주당 정정순 의원에 대해 “정 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기부 행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회계보고서 제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전화번호 수집 등을 이유로 청주지검에서 수사 중이다”며 “지난 9월 28일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날 청주지법은 체포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 요청한다”고 했다.

4.15 총선 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대기석에 앉아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29.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 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대기석에 앉아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29.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전 장관은 2013년 9월 이석기 전 의원(당시 통합진보당)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작성한 ‘범죄사실’과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 A4 용지 82쪽 분량의 자료가 첨부됐기 때문이다.

황 전 장관은 “이석기 의원은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남한 사회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지하 혁명 조직, 이른바 ‘RO’를 결성해 총책으로 활동해 왔다”고 했다. 또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2013년 1월 한반도 비핵화 포기 선언, 2월 제3차 핵실험 등을 거쳐 3월 4일 정전 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해가자 2013년 5월경 조직원들에게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해 물리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주요 기간 시설 타격 등 폭동을 일으키는 방안을 강구해 내란을 음모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