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규 대전 서구 의원. [사진=연합뉴스가 대전 서구의회 누리집에서 갈무리한 것임]

정례회(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회의, 정기회) 회기 중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한 대전 구의원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직접 보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소 황당하다고 간주될 수 있는 행적을 벌인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최규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약 한달 간 이어지는 서구의회 정례회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최 의원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이틀 간 휴가를 냈고, 3일 동안 대전 서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진행자 없이 행정사무감사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해야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계획됐던 서구 예산결산위원회의 추경 심사 또한 하루 단축돼 이달 1일부터 2일까지 이틀 간만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30일은 최 의원이 입국한 날짜다.

서구의회 예결위가 심사 일정을 느닷없이 줄일 때부터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최 의원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그가 지난달 23-25일 휴가를 냈다며 일부 서구 의원들은 개인 사정이 공무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의심과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대전시당도 논평에서 "행정사무감사는 물론이고, 예결위원장이 예산 심사를 내팽개치고 카트르에 월드컵 응원을 하러 간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만약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망각하고 동료의원과 주민들 몰래 월드컵을 보려고 출국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힘 측의 비판이 들어맞은 셈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1일 서구의회에 출석해 예결위 회의를 주재한 최 의원은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주한 카타르 대사·부대사로부터 월드컵 경기 초대권을 받아서 가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정례회 기간 다녀온 것에 대해 의원들에게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면서도 "다만 예결위 일정 하루 취소는 추경 규모가 크지 않아 이틀이면 충분히 심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그리 결정했을 뿐, 카타르 출국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의원의 해명엔 허점이 있단 지적이 나온다. 대전 서구 정례회 기간에 친분 있는 카타르 외교관의 초대가 있다고 해서 굳이 카타르까지 가서 축구 경기를 봐야 하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구의원이라면 구민들을 생각해 추경 규모가 어떻든 정해진 날짜 동안 최선을 다해서 심의해야 하는 것 아니냔 질책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틀 논의하면 충분한 사안도 사흘 논의하면 더 정교하고 완벽해지지 않겠냔 비판도 가능하다. 더불어 최 의원이 '카타르 출국과 무관하다'는 해명에서 논란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현실 인식이 결여됐다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구의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대전 서구의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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