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선중앙TV는 지난 18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을 재차 방송하면서, 19일 첫 보도 당시 공개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그간 자녀를 꼭꼭 숨겨왔던 김 위원장이 이틀 연속 공개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의 사진. 딸은 김 위원장과 부인을 똑 닮았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의 사진. 딸은 김 위원장과 부인을 똑 닮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등과 함께 평양 순안공항에서 진행된 ICBM 발사 과정을 참관한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을 똑 닮은 10살 안팎의 소녀가 등장했다.

단 분리와 정상비행 등으로 사실상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 ICBM보다 ‘딸’이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됐다.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혈통’이자 최고지도자의 자녀 얼굴을 드러낼 경우, 향후 경호·의전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함에 불구하고 이틀 연속 여러 각도의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결정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① 전략 무기로서 화성-17형의 안정성 과시용

화성-17형은 지난 3일에도 발사했으나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하고 동해상에 추락해 실패했다. 잦은 실패로 화성-17형의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화성-17형이 전략무기로서 안정성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어린 딸 등 가족이 지켜볼 정도로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을 갖췄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② 미래세대를 위한 핵강국 메시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딸을 대동한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을 동반해 전략무기로서 화성-17형 미사일의 운용 안정성을 과시하고 이것이 미래 세대의 안보를 담보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국내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전술핵 배치 등에 따른 상당 수준의 자신감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 홍 실장의 분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20일자 1면 정론에서 북한이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며 "그것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가가 미국의 핵 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힘을 만장약한 명실상부한 핵강국임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벅찬 호칭"이라고 자평,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의 사진. 김 위원장의 딸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사실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의 사진. 김 위원장의 딸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사실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③ 체제 영속성을 위한 핵무기 개발 정당성 강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며 그 길에 애국의 아낌없는 마음을 다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핵미사일 개발이 미래 세대의 안전과 체제 영속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딸을 대동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위층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도 '후대와 평화'는 지도자의 의무이자 선전 주제"라며 "역설적으로 '사랑하는 자녀'가 위험한 시험 발사장에 등장함으로써, 핵에 대한 정당성과 고도화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ICBM 발사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를 전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를 제목으로 뽑았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근거로, "이번 ICBM 발사를 계기로 7차 핵실험이 거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같다"고 예상했다.

④ 가족 동원해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

김 위원장은 20일 새로 공개된 사진에서 딸을 뒤에서 꼭 안은 자세로 발사 장면을 모니터하거나, 한쪽 팔로 딸의 어깨를 감싼 채 환호했다. 김 위원장이 발사된 미사일을 바라보는 가운데, 곁에 선 딸이 오른손에 시계를 쥔 채 무언가 응시하는 장면도 있었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딸을 안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은 확인할 수 없게 처리되어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딸을 안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은 확인할 수 없게 처리되어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아울러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딸이 셋이서 나란히 걸어가는 다정한 모습도 연출됐다.

이번 사진에 등장한 딸은 둘째로 추정되는데,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이름이 '김주애'라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딸은 하얀색 패딩을 입고 있었고, ICBM 시험발사 성공에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렇듯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고위 당국자, "北 미사일 세계 곳곳 타격 가능...안보리 소집해야"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드시 소집돼 북한 미사일 발사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수행한 고위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드시 소집돼 북한 미사일 발사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방콕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세계 곳곳의 많은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에 쏜 미사일은 세계 곳곳의 많은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인 만큼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국가 대열에 중국도 합류하도록 해야 한다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안보리는 뉴욕 현지시간 2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2일 오전 0시) 북한의 지난 18일 ICBM '화성-17형'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보리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공개 회의를 여는 것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北 미사일 발사 때마다 배워...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필요"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언제든 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한미일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뜻을 밝혔다.

커비 미 NSC 조정관. [사진=연합뉴스]
커비 미 NSC 조정관. [사진=연합뉴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줌(ZOOM) 브리핑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든 부분적으로 성공하든 계속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직전에 발사한 미사일 자체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역내 및 국제사회에 초래하는 위협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그것이 우리가 역내에서 정부 수집 능력을 계속 강화하려고 하는 이유이며 군사적 측면에서 대비태세와 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라면서 "그것은 또 우리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연합 훈련을 하고 북한에 대응해서 3국 군사협력을 증진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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