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모습. [사진=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번 브라질 대선에서 주목해볼 점은 지역별 지지 차이가 뚜렷하단 점이다. 브라질 지도를 놓고 봤을 때 북동부 지역은 룰라 강세, 남서부 지역은 보우소나루 강세로 확연히 나뉜 것. 이러한 지역 간 지지 성향 차이는 지역에서 어떤 계층·인종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뤄진단 분석이다.

브라질의 총 27개 주(州) 중 룰라 전 대통령 승리를 거둔 주는 아마조나스, 파라, 파라냥, 토칸칭스, 피아우이, 세아라, 히우그란지두노르치, 파라이바, 페르남부쿠, 알라고아스, 세르지피, 바이아, 미나스제라이스 등 총 13개 주다. 이 주들은 대체로 아마존 및 열대 우림이 들어찬 북부에서부터 동북부 해안에 밀집돼 있는데, 과거 번영했던 면화·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산업이 몰락하면서 브라질 내에서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또한 주민의 다수가 흑인, 흑백 혼혈 물라투(mulato), 인백(인디오-백인) 혼혈 메스티수, 인흑 혼혈 카푸주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주는 호라이마, 아마파, 아크리, 혼도니아, 마투그로수, 고이아스, 연방직할구(브라질리아), 마투그로수두술,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이스피리투산투, 파라나, 산타카라리나, 히우그란지두술 등 총 14개 주다. 이 지역은 고원 지형 위주이며 농업과 공업이 두루 발달해 브라질 인구의 40-50%, 경제력의 50%가 몰린 핵심 지대다. 또한 주민의 상당수가 북동부와는 달리 유럽계 조상을 둔 백인들로 구성돼 있다. 

결선 투표 결과를 나타낸 지도. 북동부 지역(붉은색)은 룰라 전 대통령, 남동부 지역(푸른색)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하다.
결선 투표 결과를 나타낸 지도. 북동부 지역(붉은색)은 룰라 전 대통령, 남동부 지역(푸른색)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하다.

브라질의 지역 차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브라질 대선은 비교적 가난하고 非백인 주민이 많은 북동부와 경제적으로 비교적 잘 살고 백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서부가 표 대결을 벌였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단 평가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북동부 지역이 좌파 세력의 뿌리깊은 근거지가 됐단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에스파냐(스페인)와 포르투갈이 아메리카 대륙 및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이르는 항해로를 차지하려 경쟁하던 시기인 1494년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중재로 양국 사이에 토르데시야스 조약이 체결된다. 그 결과 에스파냐는 브라질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포르투갈은 브라질에서부터 일본에 이르는 항로 전체를 독차지하게 됐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은 1800년대까지 유효했는데, 1825년 브라질 독립 전쟁의 여파로 브라질 제국이 들어서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포르투갈은 브라질에서 커피·사탕수수·면화 등 환금작물 플랜테이션 산업을 이어 갔던 것. 

포르투갈 식민지로 역사에 처음 기록되기 시작한 지역이 브라질 북동부이고, 이후에도 변변찮은 산업 기반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가 그의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토르데시야스 조약 체결 결과 포르투갈은 현 브라질의 북동부 지역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서부터 브라질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 지역은 현재 좌파 색채가 강하고,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가능케 했다.
토르데시야스 조약 체결 결과 포르투갈은 현 브라질의 북동부 지역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서부터 브라질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 지역은 현재 좌파 색채가 강하고,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가능케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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