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 시각) 대선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리한 후 지지자들과 환호하는 모습. 그는 여론조사와 달리 1.8%의 아슬아슬한 '신승'을 거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3선의 기록을 갖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 시각) 대선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리한 후 지지자들과 환호하는 모습. 그는 여론조사와 달리 1.8%의 아슬아슬한 '신승'을 거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3선의 기록을 갖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리하며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브라질 '좌파 대부'란 별칭을 갖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이 돌아옴으로써 남미의 '핑크 타이드(Pink tide)' 현상이 정점을 찍게 됐단 평가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은 근 1달간 이어진 대선에서 승리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각)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됐지만 룰라 진영과 보우소나루 진영 중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그달 30일 결선 투표가 다시 치러졌기 때문이다. 올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보다 지속적으로 10-15%포인트 차 여유롭게 앞서가던 룰라 측은 1차 투표 승리를 자신했지만, '샤이 보우소나루' 표심이 확인되면서 룰라 48.35%, 보우소나루 43.26%로 나타나 결선 투표 실시가 확정됐다.

결선 투표에선 양측간 더욱 치열한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투표 결과 룰라 측이 50.9%, 보우소나루 측이 49.1%로 불과 1.8% 차이밖에 나지 않은 것이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던 룰라 전 대통령은 체면을 구긴 셈이 됐고,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체면치레는 하게 됐지만 정권을 뺏겼단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일각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정적 처리에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면 연임에 성공했을 거란 분석도 내놓는다. 그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미흡·룰라 전 대통령에 무리한 부패 혐의 씌우기 등으로 여론이 곤두박질쳤단 조사가 나왔음에도 결선 투표서 선전을 거둔 것을 보면 대통령직 수행에 조금만 더 만전을 기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란 것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1.8%차 아슬아슬한 승리로 남미의 '핑크 타이드' 현상이 '화룡점정'을 찍었단 분석도 나온다. '핑크 타이드'란 중남미에서 좌파 세력이 연쇄적으로 다수 집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룰라가 새 대통령이 되는 2023년 기준으로 남미서 非좌파가 집권한 나라는 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단 세 나라가 될 예정. 전반적으로 좌경화가 심한 남미에서도 우파 정권이 좀처럼 무너지지 않던 콜롬비아와 칠레 역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중앙아메리카에선 과테말라, 코스타리카만이 '핑크 타이드'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2023년 '핑크 타이드' 열풍이 최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남미 대륙. 남미 최대 영토·인구 대국인 브라질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서 남미의 주기적인 좌파 정권 도미노 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2023년 '핑크 타이드' 열풍이 최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남미 대륙. 남미 최대 영토·인구 대국인 브라질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서 남미의 주기적인 좌파 정권 도미노 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1차·2차 '핑크 타이드' 대열에 모두 몸담은 브라질 대통령으로 기록될 예정이기도 하다. 보통 1차 '핑크 타이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로 간주되는데 룰라 전 대통령의 첫 임기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2차 '핑크 타이드'는 201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미 최대 영토·인구 대국인 브라질에 다시 한번 좌파 정권이 집권하게 됨으로써 남미의 2차 '핑크 타이드'가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소위 '룰라주의'로 불리는 진보주의 사상이 담긴 정책을 다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1기의 정책은 정치적 측면에선 분배지향적 사회민주주의, 경제적 측면에선 자유무역 옹호, 사회적 측면에선 LGBT 인권 장려·인종차별 극복·총기 규제 강화, 외교적 측면에선 온건 반서방이지만 실질 협력에 있어선 적극적으로 축약될 수 있다. 그가 새로이 대통령이 되면 이와 비슷한 노선을 견지하되 서방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지난 달 30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30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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