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 2022.10.18(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 2022.10.18(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 前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미디어아트' 분야 작품이 실제 지하벙커로 쓰였던 경기도 파주 최전방 군사시설 전시관 'BEAT131'에 무려 10년째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포착된 문준용 씨의 작품에 눈길이 모아지는 까닭은, 그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특정인 1명의 작품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특정 공간에 무려 10년 동안 변동없이 어떻게 계속 전시유지 되고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같은 점을 들여다볼 정기감사에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건.

사건은 이렇다. 실제 지난 6·25전쟁에서 적(敵)을 맞아 싸웠던 아군 군사시설에, 하필이면 그 군사시설이 전시관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4명의 큐레이터들 중 한명이었다는 문준용 씨의 작품이 자체적으로 채택됨에 따라 1천만원의 설치예산이 반영돼 이곳에서 10년째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펜앤드마이크>는 직접 경기도 파주 임진각(문산읍 임진각로 148-33)에 위치한 '임진강 독개다리'를 방문하던 중 'beat131'이라는 통상명칭의 군용 벙커를 확인했다. 실제 6.25 전쟁 때 군용 벙커로 사용된 곳으로 그동안 군사시설로 남았다가 2013년 경부터 '벙커전시관'으로 민간에 공개된 곳이다.

총면적 약 120㎡ 규모의 이곳 beat131에는, DMZ(북한 기정동마을) 실시간 영상을 비롯해 DMZ 홍보영상(Miracle Land 'DMZ'),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홍보영상 등이 상영된다. 이어 대전차지뢰(M15, 크기 33cm × 13cm / 중량 14kg / 130kg 이상 압력시 폭발)와 대인화기탄(5.56mm·7.62mm·12.7mm) 등이 전시돼 있다.

경기도가 설치한 QR코드에 따르면 '아트스페이스 BEAT 131은 군사시설인 지하벙커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재구성한 예술체험 공간으로서 전쟁과 DMZ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전시·영상 자료와 재미있는 미디어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라는 설명이 첨부돼 있다.

그런데, 이곳 한켠에는 문준용 씨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대형 검은색 스크린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위 자료가 전시된 이 곳 한 켠 약 반 평짜리 공간에 문준용 씨의 작품이 걸려 있던 것.

문준용 씨의 작품 내용으로는, 'ECHO SCRIBBLE-MORSE CODE'라는 명칭의 미디어아트로 터치스크린 형태의 검은 화면에 특정 글씨나 선을 그려넣으면 입력된 내용과 동일한 복사체가 등장하게 된다. 관람자가 스크린에 글자 혹은 도형체를 입력하지 않을 경우 반응하지 않는다.

기자가 지난 8월~9월 사이 경기도 파주 임진각 beat131이라는 지하벙커 전시관에서 확인한 문준용 씨의 작품 내용.2022.10.19.(사진=조주형 기자)
기자가 지난 8월~9월 사이 경기도 파주 임진각 beat131이라는 지하벙커 전시관에서 확인한 문준용 씨의 작품 내용.2022.10.19.(사진=조주형 기자)

스크린에 입력하지 않으면 검은 화면상태로 남아 있는데다, 전시작가 명 또한 beat131의 외벽 색채와 유사해 조명이 어두운 이곳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게다가 문준용 씨의 작품 전시공간 바로 앞에는 6.25전쟁에 대한 영상 등이 재생되는 형태로 배치돼 있다. 관람자가 관심을 갖고 메시지를 입력하지 않으면 사실상 외벽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준용 씨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미디어아트 전반의 특징에 대해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라면서 "관객들 중 관심없는 분들은 쓱 보고 획 가버리시는데, 이건 꼭 직접 해보셔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작가가 제작한 작품 속 가상 공간(터치스크린 속 화상구현체계)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만져야 하는데, 터치하지 않고서는 알길이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그는 '몰입형 예술'이라고 표현했었다.

즉, 전시자의 이같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특징에 따르면 beat131 지하 벙커 전시관 속 그의 작품을 관람하려면 관람자가 직접 메시지를 입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람자에 의해 메시지가 입력되면, 관람자는 자신이 입력한 메시지와 동일 형태의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는 것.

문준용 씨의 작품의 설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지난 201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펜앤드마이크>가 경기도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2년 12월경 경기도 파주 임진각 부근에 위치한 군사시설 beat131 지하벙커가 전시관 시설로 전환되면서 2013년 봄 개관하게 된다. 이때 작품을 선정할 총괄 선임 큐레이터가 있었고 그 하위급 큐레이터직으로 문준용 씨가 들어오게 됐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그렇게 전체 4명 중 1명 몫으로 문준용 씨가 들어오게 됐고, 경기도에서는 1천만원이 살짝 넘는 예산으로 '에코스크러블'이라는 그의 작품을 설치하게 됐다고 경기도 측은 밝혔다.

경기도 측은 최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관람자가 무엇인가를 입력해야 반응하는 작품이 남북한 관계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시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 등을 들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평화의 메시지인데, 지금은 이제 남북 통일을 염원한다는 내용으로, 정치적으로 연관돼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문준용 씨의 이번 beat131 전시작품인 '에코스크러블'에 대한 관리소요 책임은, 경기도를 비롯해 파주시 등이 중첩돼 있다. 지역적으로 경기도 파주(임진각)에 위치해 있는데다, 경기도 산하 기관이 이를 관리하고 있어서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해 용도개조한 전시관에 대해, 특정인 한명의 단 한개의 작품을 무려 개관 초기부터 약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동일 전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같은 점에 대해서도 경기도 측에 문의했으나, 경기도 측으로부터 "예산이 대략 1천만원 조금 넘게 들어가긴 했다"라는 정도의 답변을 받는 데에 그쳤다.

기자가 지난 8월~9월 사이 경기도 파주 임진각 beat131이라는 지하벙커 전시관에서 확인한 문준용 씨의 작품과 그 하단부 QR코드.2022.10.19.(사진=조주형 기자)
기자가 지난 8월~9월 사이 경기도 파주 임진각 beat131이라는 지하벙커 전시관에서 확인한 문준용 씨의 작품과 그 하단부 QR코드.2022.10.19.(사진=조주형 기자)

최초 설치비가 1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됐지만, 그 이후 매년 beat131 내 전시된 미디어아트 작품 관리에 얼마나 소요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특정인 1명의 1개 작품을 지방정부가 관광지로 지정한 특정 공간에 약 10년 동안 배치하려면 얼마나 많은 소요가 발생할까. 이에 대해 작품 전시 전문업체 A와 B 등에 물어본 결과, "일반 도심지 내 전시관에 전시하더라도 1주단위 혹은 1달 정도로 계약을 하는데다 1년씩 지속되는 계약은 거의 드문 편"이라는 답변을 확인했다.

일반 도심지 내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전시관에서도 길게는 1달을 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임 최고권력자의 직계가족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관광지로 규정한데다 과거 군사시설로 이용되던 곳을 전시관으로 용도개조한 이후 무려 10년 동안 특정인 1명의 작품 1점이 계속 전시되고 있다는 특징만으로도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문준용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한 작품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전시 기획을 잘 모르셔서 하는 질문"이라며 "작가가 자진한다고 해서 전시기획 참여가 가능한 게 아니라, 미술관 내부에서 일단 논의한 다음 작가에게 참여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전시 기획에 적합한 작가를 찾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부 전시 기획 방법으로, 작가 공모를 내는 게 아니라 작품 전시를 하려는 주체가 작가를 찾아다니는 형태라고 그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즉, 'beat131' 시설이 처음 전시관으로 개조될 당시 큐레이터로 참가했다는 그의 참가 배경을 두고 관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에코스크러블'을 둘러싼 설치 경위 등은 국정감사에 오르지 않았다. 경기도청(지사 김동연)의 지난 14일 국정감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김민기, 민주당) 소관이었으며,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이채익, 국민의힘) 소관으로 진행됐던 국정감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도지사였던 지난해 국감 자료 미제출 건으로 파행을 빚는 데에 그쳤다.

국민의힘 소속 국정감사 위원들과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언성을 높였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인 1명의 특정 작품 1건의 10년 전시 사건은 아예 거론되지조차 않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군사시설 'beat131'의 개관 초기 당시 선정된 특정인 1명의 특정작품 1건이 10년 동안 전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그동안 변동없이 전시유지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설사 '미디어아트'라는 생소한 예술분야더라도, 여기에 도전하려는 기회가 대중에 아예 노출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재인 前 대통령 직계가족인 문준용 씨 등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심층기사는 위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2020년 12월30일 "'대통령 아들'에 대한 비판은 괜찮으나, 저의 생업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코로나19 감염환자 확산 상황에서의 개인전 개최 상황에 대해) 이건 제 생계 문제이니 그만하라"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2020.12.30(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2020년 12월30일 "'대통령 아들'에 대한 비판은 괜찮으나, 저의 생업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코로나19 감염환자 확산 상황에서의 개인전 개최 상황에 대해) 이건 제 생계 문제이니 그만하라"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2020.12.30(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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