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개편안 찬반의결권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위)에 맡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7일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내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가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위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한 찬반을 묻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가 오는 29일 열린다. 현대모비스의 주주는 기아자동차 16.9%, 국민연금이 9.8%,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등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투자위가 행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찬성 또는 반대가 곤란한 안건은 의결위에 최종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의결위는 국민연금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2006년 설치됐고 정부와 가입자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찬반의결권을 의결위에 넘기려는 움직임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서 의결위를 거치지 않으면서 삼성그룹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찬 일부 정치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던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년 전인 2015년 7월 삼성물산의 지분 11%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운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 나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탄핵을 당하고 이 부회장은 제3자 뇌물공여죄 혐의로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기까지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등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에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유는 엘리엇의 요구 외에도 순환 출자 구조를 개선하라는 정부의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