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가 조속히 내려져야 한단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여론, 공정성 논란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단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9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가 조속히 내려져야 한단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여론, 공정성 논란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단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를 둘러싼 형국이 마치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한씨외전>에 나오는 구절로 효도를 다 하지 못한 자식의 슬픔을 의미하는 '풍수지탄'을 의미하는 구절이지만 BTS의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단 평가다. BTS 구성원들은 "국가의 부름이 있으면 응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피력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들에 '병역특례'를 주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 국회가 답을 해야할 시간" 윤상현 의원(6.20)

"제가 지금 먼저 언급할 상황은 아냐" 윤석열 대통령(6.23)

"군에 오되 연습기회 부여, 해외공연 함께 가능" 이종섭 국방장관(8.1)

"오늘 아침 여론조사 빨리 하자고 참모들에게 지시" 이 장관(8.31)

"여론조사 필요한지 검토하라는 지시일 뿐" 이 장관(8.31)

"BTS 병역면제 환영" 박지원 전 국정원장(9.3)

정치권에서 BTS의 '병역특례' 여부가 '뜨거운 감자'인 이유엔 일차적으로 국위선양을 이룬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단 것이 우선 거론된다. 운동선수나 순수예술인의 경우엔 법에서 정하는 일정 수준의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할 경우 체육분야 대체복무를 하거나 평시복무면제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BTS로 대표되는 대중예술인의 경우엔 빌보드나 아카데미 시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지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더라도 병역특례의 법적 근거가 없단 지적이 주로 2018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선 '국위선양'을 했단 이유로 왜 BTS에게 병역특례를 주자는 것일까. 여기엔 운동선수나 순수예술인과는 달리 대중예술인이 현재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단 고려가 있단 지적이다. 전 세계에 팬덤을 일단 확보해 놓으면 대중예술인의 국위선양은 '과거형'이 아니라 당분간 '현재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즉 정치권에선 BTS의 병역에 특례를 줄 경우 현재의 세계적 인기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한류의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함으로써 7인의 구성원이 군입대를 하는 것보다 더 큰 국가적 이득을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BTS는 부산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홍보대사에 위촉돼 있기도 하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인구 유출 현상을 심하게 겪고 있는 부산은 앞으로 한국 제2의 도시라는 위상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번 세계박람회를 부산의 재도약을 위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월 19일 위촉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위촉사에서 "BTS와 함께 유치 활동부터 개최까지 부산세계박람회가 세계인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불타오르게 만들어 보자"고 할 정도였다.

이상으로 볼 때 정치권 일각에선 BTS가 군복무를 하지 않는 대신 사실상 무형의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어야 한단 인식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 2002년 스티브유(유승준) 씨의 병역기피 사건 이후 연예인들의 병역 이행에 대해 높아진 국민들의 시선과 국민여론을 살펴야 한단 부담이 정치권에 작용하고 있어 BTS의 병역특례는 말만 무성히 나올 뿐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11월 3일 대중예술인에 대한 혜택은 주어지지 않기로 결정됐는데, 정치권에서 무의미한 논의만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냔 지적도 존재한다.

설령 BTS에 대한 병역특례 지정이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이 맞을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공정과 상식'이란 시대정신을 들고나온 윤석열 정부가 BTS용 맞춤 법안을 제정해서 실제 병역특례를 준다면 '이것이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인가'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일례로 가수 싸이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지만 지정업무(소프트웨어 개발)가 아닌 사운드 및 기획 업무에 종사했단 이유로 현역재복무를 통보받고 다시 한 번 군대에 가야 했다. 싸이는 이 당시 무척 괴로웠다고 회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겐 병역은 소위 '까방권(까임방지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 '강남스타일'을 전 세계에 히트시키며 한류스타가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일 BTS가 군복무를 한다면 '영원한 영광을 취하기 위해 잠깐의 시간을 희생했단' 평가를 국내에서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단 얘기.

국가가 '병역특례'를 시혜적으로 베풂으로서 BTS를 국가에 묶는 셈이 되고 이들이 군복무를 면제받는 대가로 '국가를 위해 뛰어야 하는 종복'이 될 수도 있단 지적도 나온다. BTS가 성공할 수 있는 원인 중엔 '나라를 위해 활동한다'가 아니라 '스스로 유명해지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공익이 아니라 사익 추구가 바탕이 되었다는 것. 이는 마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발전을 가져왔다고 보듯, BTS의 창조성과 재능을 발휘될 수 있었던 일차적 요인은 바로 자발적 동기였단 것이다. 그런데 군면제를 받는 대신 그 기간중에 그룹 자체보단 나라를 위한 도구로 활동하라고 한다면 과연 BTS가 이전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느냔 우려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BTS는 지난 6월 15일 단체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붙었지만 일각에선 구성원들의 군복무 문제가 근본 원인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본지의 이전 기사에선 그동안 쉴틈없이 달려온 BTS가 비틀즈와 비교했을 때 잠시 쉬어갈 지점에 다다랐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잠시의 쉴 틈 없이 활동하던 비틀즈는 구성원들간의 불화를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해체했다. BTS도 군면제를 받는 대신 다시 한 번 세계 기록을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다 비틀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대를 가는 남성들이 군대에서 성찰의 시간을 갖듯, BTS도 군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한층 성숙해져서 돌아올 수도 있단 평가다.

결국 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BTS의 미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정치적 움직임이 없다면 올해 말엔 BTS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진(김석진)부터 차례대로 입대하게 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BTS를 국가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 말고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전까진 BTS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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