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광안리에서 지지자들과의 모임을 가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한 참여 인원에게 싸인을 해 주는 모습.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17일 부산 광안리에서 지지자들과의 모임을 가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한 참여 인원에게 싸인을 해 주는 모습.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지난 8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3일부터 연일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 목적은 지지자들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지방 순행의 시작은 광주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의 SNS에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이 불현듯 올라왔던 것이다. 이 대표는 "정초에 왔단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 번 꼭 와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며 "7월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 차근차근 준비중이었다"고 했다. 이어 "광주 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무등산 자락 하나하나가 수락산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찾아와서 오르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다음 목적지는 목포였다. 이 대표 지지 커뮤니티에 지난 14일 목포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어 이 대표는 "구석구석을 돌며 이미 교류가 있는 당원 동지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과 교류하고자 한다"며 모임 공지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밤사이 4천명 정도 만남신청을 했다"며 "20인 이상 신청해준 기초자치단체부터 찾아 뵙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방문한 주요 행선지는 순천, 창원, 부산이다.

지난 15일 이 대표는 순천을 먼저 찾았다. 순천 국밥거리에 있는 한 국밥집에서 10여 명의 지지자들과 만났다. 참여했던 네티즌 A씨는 "순천이다보니 인원 자체가 적었다"며 "(모임 참여는 안 했지만) 알아보신 분 중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도 화이팅해 주시고 가셨다"고 했다. A씨는 "참여 인원은 2030세대였다"며 "이 대표가 이후 사람이 많이 늘어날텐데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16일엔 창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모임에 참여한 네티즌 B씨는 "20명 이상 책임당원 위주로 온 것 같다"며 "이 대표가 창원에 한번 더 오겠단 이야긴 했었고 아무래도 장소 잡기 어려워 초대를 많이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모임 장소는 창원 상남동의 모 치킨 판매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 대표는 부산을 찾았다. 부산 모임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 모임 사진은 총 7장이 올라왔는데, 2030이 많았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지지자들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대표도 부산 모임은 공식적으로 공개 가능하다고 본 듯하다. 이 대표의 SNS에 부산 모임 게시물만 게시돼 있다. 그는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무려 4시간 넘게 당원들과 정치, 정당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했다"며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게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17일 부산 모임이 끝난 후 이 대표가 올린 게시물.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17일 부산 모임이 끝난 후 이 대표가 올린 게시물.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이 대표의 모임 참여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모임 공지글을 올리며 "언론노출을 위해 만나는 게 아니기에 사전에 공개일정으로 모든 일정을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본인의 행보가 지나치게 언론에 보도되거나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지자들 역시 모임의 시간, 장소를 철저히 함구했으며, 모임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도 논하려 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과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에 참여한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지 말자'는 자발적인 운동까지 일기도 했다. 창원 모임의 참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 C씨는 "우리는 보안을 엄청 중요하게 여긴다"며 "간담회 끝날 때까지 지역명부터 시간, 장소가 아무 것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우리 지역 단합력 좋은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만 부산 모임에 참여한 네티즌 D씨는 이 대표가 논한 정치 의제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D씨는 '페이스북 창업자 이야기'와 '출산율 높이는 방안으로 학제 개편 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학제 개편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D씨는 "이 대표가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육아기간을 들었다"며 "입학 시기를 1년 당기고 12년 교육기간을 11년으로 줄여 총 2년을 벌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다녀 (이 대표의) 부모님이 육아 3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했다"며 "기숙사를 갖춘 고등학교를 잘 마련하면 총 5년의 육아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베일에 싸인 이 대표 지지자 간담회는 강원도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다음 행선지는 강원도"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강릉, 속초, 원주, 춘천 등 강원도 주요 도시들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어디에 나타날지 추측하고 있다. 이 대표의 '지방 순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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