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부산 광안리에서 지지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호남, 영남을 돌며 당원·일반인들과 만났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부산 광안리에서 지지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호남, 영남을 돌며 당원·일반인들과 만났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윤리위 '재심' 청구 대신 지방을 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8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는 대신 지방 순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 깔린 이 대표의 뜻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윤리위 징계가 확정된 후 정면 맞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그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다며 당규에 명시된 당대표의 직권을 사용하겠단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규정을 보면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며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 했다. 

당대표가 징계를 집행하며 철회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당규상 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힘 당규 <윤리위원회> 23조 2항엔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당직자가 행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같은 당규 30조는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리위가 자신에게 내린 결정을 당대표의 직권으로 뒤집는다는 '극단'으로까진 치닫지 않았다. 당내 상황이 '중과부적'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당규라는 '이론'을 '현실'에 완전히 적용하려 한다면 정치상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당내에서는 당대표가 당내 결정에 불복한다며 추가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당 바깥에서도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온다며 징계로 받고 있는 동정 여론까지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표가 윤리위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엔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심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당규에서도 찾을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 만한 당규상 근거는 ▲ 위원회의 의결이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반된 때 ▲ 의결의 증거로 된 문서, 기타의 물건이 위조 또는 변조라고 확정된 때 ▲ 의결된 사건에 관하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 무죄판결을 받는 등 사정변경이 있을 때 등 5개 조항 중 4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 중에 적용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지금으로서는 힘들어보인다. ▲ 위원회의 의결이 어느 당헌·당규에 저촉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 7억원 투자 각서의 위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바 없고 ▲ 아직 경찰 조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대표는 '당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전국 각지를 돌며 여론을 청취하고 정책 논의를 하는 방법으로 지지자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신의 SNS로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이 대표가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단 것보다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단 것은 사실상 윤리위 결정의 '소극적' 수용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주홍글씨'는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차후 정치적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의 징계 결정을 수용한단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지지자들을 만나러 지방을 돌아다니는 행보에 대해 '팬덤 정치'에 의존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이 대표가 오히려 장기전에 불리한 행동을 하고 있단 것이다. 

이 대표가 차기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징계 후에도 1등을 차지하긴 했지만, 국힘 당규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엔 피선거권이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원권정지 처분' 문구의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당원권정지 처분 이력이 있으면 출마를 못하는 것인지 당원권정지 처분 기간 동안에 출마를 못하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없진 않다. 하지만 당규의 해석이 어떻든 이 대표가 출마할 때마다 과거 징계 이력이 회자된다면 그에겐 정치적 부담이 늘 상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대표가 지방 순행을 끝낸 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무죄가 나온다면 명예 회복이 가능할 것이지만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단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14일 목포, 15일 순천을 방문 후 같은 날 진주에서부터 경남을 돌았다. 15일에는 진주, 16일엔 창원을 찾았으며 17일에는 부산 광안리에서 지지자들과 모임을 가진 바 있다. 이 대표는 다음 행선지가 강원도라 밝힌 상태다.

이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고 나서도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총 3차례 본인의 SNS에 게시했다. 이를 두고 당내 자기 지지 세력 확보라는 장기 목표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이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고 나서도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총 3차례 본인의 SNS에 게시했다. 이를 두고 당내 자기 지지 세력 확보라는 장기 목표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