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검수완박’ 방패 뒤에 숨으려는 추한 정치인들
[조동근 칼럼] ‘검수완박’ 방패 뒤에 숨으려는 추한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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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민주당이 검수완박 밀어붙였을까?
정권 탈환했더니 '검수완박 수정안' 항복문서 받아들인 국민의힘
尹, 文정권에서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의사 밝히고 국민투표 붙여야
조동근 객원칼럼니스트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 소설’이란 문학 장르가 있다. 이는 ‘역사의 분기점(分岐點)에서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면’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2차 대전에서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발명했다’면 식이다. 물론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출발하는 상상력을 막을 수는 없다. 이 같은 상상력이 때에 따라서는 현실 정치와 결합하여 세상을 바꾸는 정치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O 정치적 상상력이 가져온 ‘증강현실’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명운(命運)을 가르는 선거였다. ‘역사의 분기점’이 된 대통령 선거였다. 3·9 대통령 선거에서 칼자루를 쥔 쪽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었다. 여권 프리미엄은 정치세계에서는 늘 상수(常數)이다. 그리고 여권 지지자들의 결집력도 매우 높았다. 선거에서 지면 ‘그동안 누렸던 것을 모두 잃는다’는 위기의식도 공유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에서 지면 ‘자유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절대절명의 위기의식이 유권자들 사이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견지한 ‘유사전체주의’ 행해를 감안할 때 선거패배가 ‘가상현실’이 되는 경우 닥치게 될 결과는 명약관화했다. 선거패배라는 ‘가상현실’이 자유 대한민국소멸이라는 ‘증강현실’로 지지자들에 다가왔다. 이러한 해석이 과장이 아닌 것이, 3·9 선거는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 세력 간에 치러진 일종의 체제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선거패배가 초래할 증강현실이 우파 유권자를 각성 시킨 것이다.

부정선거는 여권의 비밀병기로 늘 복병이다. 스모킹 건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정황증거는 늘 차고 넘쳤다. 이해찬은 30년 집권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3월 9일 개표방송에서 유시민이 ‘더불어 민주당이 1% 차이로 이긴다’는 예측은 하늘의 계시는 아닐 것이다. 선거 후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사표제출도 불가사의하다. 그리고 0.73%로 석패했음에도 ‘재검표’ 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해불가이다. 재검표하면 오히려 불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유추 된다.

부정선거의 개연성을 많은 유권자가 알고 있었기에 부정선거를 획책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론된다. 우파진영 유튜버들의 감시활동도 부정선거를 제어하는 데 일조했다. 사전투표보다 선거부정의 개연성이 낮은 본 투표에서 주권을 행사하자는 캠페인도 주효했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선거직전의 극적인 단일화도 개연적인 선거부정을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가여했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보이지 않는 벽을 뛰어 넘고 0.73%로 윤석열 후보가 신승(辛勝)한 것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선거공약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선거공약을 보고 지지후보를 선택한 유권자의 비율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O 이재명 후보가 이겼어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였을 가?

‘검수완박’은 주지하다시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사법 및 형사제도에 대한 쿠테타에 다름 아니다. 관련해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더불어민주당이 지금같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였겠냐는 것이다. 대선에서 대장동 게이트가 선거이슈로 부각되고 이재명 후보가 낙선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다수 의석을 뒷배로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잔여임기 안에 통과시켜 법률로 공포하고 물러서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하고 있다. 개혁으로 포장할 만큼 검수완박이 속된 말로 ‘논리와 명분에서 꿀릴 게 없다면’ 왜 그리 서두르냐는 것이다. 윤당선인이 취임하고 나서 국회에서 떳떳하게 처리하면 안되냐는 것이다.

검수완박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자 문대통령은 4월 18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70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문대통령은 가타부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그가 즐겨하는 표현인 ‘최고통수권자’의 발언이 이것 밖에 안되나 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그는 비겁하고 비루했다.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능력은 되는 데 태도와 자세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기에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제 수사가 국가권한이기 때문에 피해자 피의자 모두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다면 경찰이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공정한 수사가 되기 위해서 법제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법제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냥 법제화가 필요하단다.

그는 끝으로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게 검수완박인가? 검수완박이 왜 국민을 위한 개혁인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70분간 맹탕 면담을 한 것이다.

O 웬 수정안, 차라리 원안으로 가서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야 대치국면에서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을 냈고 4. 22일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수정안이 언론에 공개됐다. 수정안 이래 봤자, 거기서 거기로, 시행을 조금 뒤로 미룬 것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정안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국민의힘이 여론수렴과정 없이 덜컥 수정안을 받은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자유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일치단결해 정권을 탈환 했더니, 고지(高地)를 코앞에 두고 항복문서에 서명한 것이다.

수정안은 비겁한 제 3의 길이다. 허울뿐인 수정안을 채택하느니 원안을 고수해 이를 통과시키고 그 책임을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지게 하는 것이 책임정치 차원에서 100배 옳은 선택이다.

여야 원내 대표가 서명한 수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항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고 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결코 분리할 성질이 아니다. 대학교수의 사회적 기대 역할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이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를 떼내는 것이 대학교육 개혁은 아닐 것이다.

2항에서는 "검찰청법 ‘검사의 직무’ 조항 중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를 삭제한다. 그리고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고 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에서 선거 범죄를 뺀 것은 퇴임 후 특정인을 보호하려는 ‘입법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공직자 범죄 수사 삭제는 그 자체가 말이 안된다. 예컨대 대장동 특혜의혹을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다는 것인가? 방위산업 범죄에는 불법·탈법에 의한 탈(脫)원전 정책도 포함된다. 그리고 대형참사 는 검찰이 초동단계부터 관여할 필요가 있다.

3항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6개의 특수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겨질 3개의 특수부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4항에서는 송치사건에 대하여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별건수사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5항에는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FBI)을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조치 후 1년 이내 발족한다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처성이 꾸려지면 검찰은 해산되는 것이다.

O 수정안에는 ‘위헌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형사사법제도와 수사에 대해 약간의 식견이 있다면 절대 이런 황당한 중재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검찰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지휘권과 감독권을 되살려’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순서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부활 없는 검찰수사권 폐지는 유신과 5공 보다 더한 자유당 시절의 경찰국가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헌법의 영장청구권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협, 검사들이 누누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묵살됐다.

특정인의 보호를 위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에 의한 수사 통제와 효율성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책임정치’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다. 선거사범, 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검찰로부터 박탈하겠다는 것은 검수완박을 정치꾼들의 방패막이로 공유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O 에필로그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통과시키기 위해 꼼수마저 불사했다. 국회의 입법 숙려기간을 보장하는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위해 동원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협력하지 않자 자당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야당 신분 행세를 하도록 했다. 이렇듯 더불어민주당은 자충수로 거의 붕괴 직전이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타난 것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 내표였다.

검수완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의 작태에 의원직을 걸고 투쟁해야 할 야당이 박병석의 중재안을 덥석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시적으로 여당이 되기도 전에 민심이 돌아서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에서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히고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일반 국민을 범죄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정치인은 범죄수사로부터 성역으로 남겨두는 법률은 그 자체가 국가안위를 해치는 사안이다.

여의도는 여야 공히 낡은 정치체제 속에서 자기들의 과(過)를 가리는 데 하나가 된 회생 불가능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이들을 국민의 대표라 불러야 할지 당혹스럽다. 존 로크(J. Locke)가 ‘통치론’에서 언급한 ‘국민의 저항권’이 발동될 여지가 충분하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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