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정부 상대로 ISD 소송 추진
"합병 때 정부가 국민연금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해 손실봤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에 정부가 부당하게 간섭해 투자 손실을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추진 중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제기하기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4월 중순 국가 소송 관할인 법무부에 제출했다”며 “법적인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여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엘리엇이 법무부에 제출한 중재의향서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한국 정부 개입으로 합병 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해 이들 계열사에 투자한 엘리엇이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논란은 합병 결의를 공포한 2016년 5월 26일부터 불거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 공방에 나섰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은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제일모직의 고평가된 주가를 고려할 때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95라는 게 ISS의 당시 의견이었다.

이에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합병 추진 배경을 설명하는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을 강화했다. 결국 10% 넘게 지분을 보유했던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2016년 7월 17일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같은 해 9월 1일 양사의 공식 합병이 이뤄졌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으며 늦어도 올 하반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해 정식 ISD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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