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한국정부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한국정부 부당 개입했다'며 압박
文정부와 법원의 논리 그대로 차용한 엘리엇 주장에 정부가 반박할 명분 없을 것이란 점 이용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13일 법무부에 ISDS를 위한 중재의향서를 제출한데 이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압박에 나섰다.

엣리엇은 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엘리엇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협정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했다"며 "엘리엇에 대한 명백히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 소추로 이어졌고, 법원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형사 재판과 유죄 선고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2015 합병 이후 명백히 드러난 사실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엘리엇이 이처럼 공격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이유는 합병 당시와는 달라진 정부 입장과 법원 판단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엘리엇의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정부가 개입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논리는 엘리엇의 주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 정부가 합병 문제에 대해 엘리엇과 논리가 같다면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을 반박할 수 없게 된다.

덧붙여 최근 정부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을 상대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에 엘리엇이 가담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대규모 주주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압박에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세력의 특성상 지분 가치의 상승으로 현금을 챙기거나 경영권을 뺏어오려는 의도를 무시해선 안된다며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가 해외 투기 자본에 협조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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