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확산된 김정숙 여사 "經人先 가자" 영상 관련 언급 일절 없어
'현 집권세력의 여론조작' 비판에 "정부여당 흠집내기…일일이 대응안해" 버티기도
바른미래당 靑 찾아 "안철수가 최대피해자" 진상규명 결의대회 압박
한국당 "강건너 불구경 아니라 답변할때…특검 스스로 천명하라"
야당 특검 도입론엔 檢·警 불신론 깔려…늑장수사·사건 축소·은폐의혹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매크로 댓글조작범 '드루킹' 김동원씨의 인터넷 블로그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매크로 댓글조작범 '드루킹' 김동원씨의 인터넷 블로그 프로필 이미지.

청와대가 18일 이른바 '드루킹'(실명 김동원·48) 등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 게재·추천 조작과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의원 연루 의혹에 대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연일 주장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현 집권세력이 '민주당 댓글부대 활동의 최대 수혜자였다'는 의혹 제기에 거듭 벽을 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드루킹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누군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다"며 "사건의 본질은 정부와 여당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 대변인은 "드루킹이 지난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도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의문 제기 수준을 넘어서 정부와 여당에 흠집을 내거나 모욕을 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수사와 명확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쪽은 정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9대 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당시 드루킹이 주도하는 친문(親文) 여론조작 단체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직접 "챙기자"며 다가간 영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 영상은 이날 하루 시중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도 김 대변인은 취재진에 질의응답이 있는 대면(對面) 브리핑이 아닌 일방적 통보 식의 서면 입장문을 배포하는 식으로 관련 질문을 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여(親與) 좌파 매체인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 대변인은 이른바 '탄핵 정변'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흠집낸 '공로'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됐다는 지적도 받는 전직 언론인이다.

김 대변인은 전날인 17일에도 "우리가 피해자고 우리가 당한 것"이라며 "주범인 김모(드루킹)씨가 자리를 요구했는데 안 들어주니 앙심을 품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최측근(김경수 의원)이 추천했는데도 청와대가 걸러낸 건 오히려 칭찬감 아니냐"고 밝힌 바 있다. "인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협박한 것인데 그러면 우리가 피해자 아닌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18일 "19대 대선 국민의당 후보를 지낸 안철수 현 인재영입위원장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바른미래당의 항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드루킹 김씨의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결의대회에서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위원장"이라면서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에 대해 'MB(이명박) 아바타', '갑철수' 등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 못 했는데 이제 그 진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과 한 통속이고, 댓글 공작 부정 선거의 공범이라고 이야기 안 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 전면 개편과 내각 총사퇴를 넘어 정권퇴진 운동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불법 댓글공작! 전면 수사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운 바른미래당은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에게 규탄 결의문을 전달했다. 결의문에는 ▲청와대 인사라인 전면 교체 ▲여론조작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추진 등 요구사항이 담겼다.

댓글조작에 따른 헌정농단,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갑질·황제 외유'와 인사검증 실패를 겨냥 각각의 특검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은 18일 오후 김 대변인 브리핑 사후 논평에서 "스스로 나서 특검을 통한 엄정한 수사를 천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마치 자신들이 피해를 입은 것처럼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지금 청와대를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야 할 때이다.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거라 기대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이처럼 밝혔다. 장 수석대변인은 또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비판을 변덕스러운 비난이라고 규정하는 청와대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민심을 왜곡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검경이 사건 전모를 밝힐거라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는 언급은 경찰이 지난달 22일 드루킹 일당을 체포하고도 3주 가까이 침묵하다가, 이달 13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댓글조작 혐의로 체포됐다고 알려진 것에 기인했다. 특히 경찰은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 비밀메시지로 줄곧 연락한 정황을 확보하고도, 일부 정권 비판적 기사 댓글 추천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만 적시해 검찰로 송치했다.

김 의원 연루 의혹을 고의 배제했다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김 의원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받기만 했고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이날까지 수차례 번복된 김 의원의 최초 주장과 '판박이' 설명을 내놓으면서 "김경수 대변인이냐"는 야권의 비판을 샀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며 지난해 말에는 내란음모 유죄로 9년형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구명하자는 좌파 운동가들을 위로방문하는 등 중립성이 의심되는 인사다.

경찰은 17일 경찰청(본청)에서 '전전(前前) 정부 댓글 의혹'을 뒤진다며 서울청 보안과를 셀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같은날 서울청은 검찰에 제출한 드루킹 일당의 휴대폰 133대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회수해갔다. 뒤늦게 드루킹 수사팀 규모를 확대했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포기하고 순순히 내 준 검찰의 태도를 두고 18일부터 야당에서 비판이 일었다. 한국당 '민주당원 댓글조작 진상조사단' 김영우 단장 등이 오전 중 서초구 대검찰청에 늑장 수사 항의 서한을 전달했지만 검찰 측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보받은 댓글조작 의혹 내사를 5·9 대선 나흘 전 맡았지만, 6개월이나 전개하고도 무혐의 처분으로 끝냈다. 사건 은폐 의혹이 일자 검찰은 '경찰에 압수수색 보완을 지시했으나 지연됐다'고, 경찰은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네 탓 공방부터 벌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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