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공수처의 협조 요청 기관...법률상 공수처 지휘 받을 이유 없다"
다음달 7일로 예정된 '김학의 前차관 불법 출금 사건' 공판준비기일 앞두고
수원地檢 공보관 강수산나 검사가 "기소 권한 공수처에 있다"는 김진욱에 반박글

고위 공무원의 범죄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로 이첩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한다는 공수처의 주장에 현직 검사가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공수처는 검찰을 지휘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다음달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핵심피의자들에 대해 “공수처가 기소 권한을 갖는다”는 공수처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방검찰청 공보관 강수산나 검사는 13일 검찰 인트라넷 ‘이프로스’에 〈공수처법 이첩 규정 해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강 검사는“공수처법은 처장이 필요할 경우 검·경에 수사자료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검·경을 (공수처의) 수사 지휘 대상이 아닌, 협조 요청대상이라고 명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방검찰청.(사진=연합뉴스)
수원지방검찰청.(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조처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지난 1일 해당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차규근 법부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근 검사(사건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보다 앞서 공수처는 수원지검으로부터 이첩받은 이 검사 건을 수원지검으로 재(再)이첩했다. 검사 선발이 완료되지 않아 여건상 공수처가 사건을 검토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 이유였다. 하지만 공수처는 수원지검에 대해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이첩할 것을 요구했다. 이 검사에 대한 공소여부를 공수처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수원지검이 공수처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이 검사 등을 전격 기소하고 나선 것은 공수처의 ‘수사 뭉개기’를 우려해 선수(先手)를 치고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최근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비위 사건을 검·경에 이첩했을 때 공소 제기 여부는 최종적으로 공수처가 판단한다”는 ‘공소권 유보부(附) 이첩’ 내용이 담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을 검·경에 회람했다. 대검은 이에 공식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검사는 “공수처법상 처장이 직무의 일부를 위임할 수 있는 대상은 수사처 검사에 한정되고, 대검 소속 검사에 대한 수사 지휘는 불가하다”며 “법률 근거 없이 수사처 규칙으로 검·경에 대한 수사지휘나 송치 요구를 규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수원지검이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기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 검사는 공수처가 검찰로 이미 사건을 이첩했으므로 검찰에 기소 권한이 있기에 기소가 위법하지 않다면서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법 24조에 대해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하면 수사권과 공소권의 주체가 변경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며 “판·검사에 대한 고소·진정이 연(年) 3천여 건인 상황에서 공수처가 이를 모두 직접 수사해 처리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조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검사는 “공수처법은 ‘송치’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공수처가 제한된 범위와 대상과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그 가운데 일부의 기소권을 갖는 기관일 뿐, 법률상 검·경 지휘귀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규근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건을 심리하게 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오는 5월7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차 본부장과 이 검사가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사건이첩권’인데, ‘검사가 피의자가 된 사건에서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적으로 수사와 공소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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