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성향 변호사단체 '시변' 대표 출신...박근혜 정부 때 임명
이헌 이사장 "해임 사유 받아들일 수 없다… 법적 대응 나설 것"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연합뉴스 제공)

 

법무부가 우파 성향 변호사 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의 공동대표를 지낸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구조공단) 이사장(57·사법연수원 16기)의 중도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공단은 경제적 약자에게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법무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독단적인 방식의 기관 운영, 공단 구성원들에게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남발하고 직렬 간 갈등에 대한 원칙 없는 대응 등으로 대다수의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는 등 이사장으로서 직무상 의무 위반 및 그 밖에 임원으로서 적합하지 못한 비행 사실 등으로 해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해임을 결정한 법무부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3억4000만 원을 무단으로 지급했고 개인 명함 형식의 USB 400개(924만 원 상당)를 제작해 배포한 것은 부적절한 예산 집행으로 구조공단의 손실을 초래한 것이라고 구체적 사례를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 이사장은 “노사 합의를 거쳐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 집행한 3억4000만 원의 인센티브가 무단집행이라는 주장과 구조공단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제작한 USB 명함이 손실을 초래한 것이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이사장은 “구조공단에 소속된 일반직 직원들과 변호사들과의 갈등으로 벌어진 파업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했고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에 대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신청과 일반직 간부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법무부의 특별감사 등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태 수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독단적인 방식의 기관 운영이나 공단 구성원들에게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남발했고 직렬 간 갈등에 대해서도 원칙 없이 대응했다는 것 역시 법무부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일갈한 이 이사장은 “부당한 해임에 대한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공단 창립 이후 줄곧 이어지던 변호사와 일반직 사이의 직렬 간 갈등이 최근 거듭된 변호사 ‘갑질’ 사건으로 구조공단 일반직 직원으로 구성된 노조가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월8일 파업을 하기도 했다.

노조의 쟁의행위와 일반직 간부들의 이사장 사퇴요구, 변호사노조 설립, 소속변호사들의 이사장 해임건의 등 공단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습에 나선 기관장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해임을 결정한 법무부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심지어 구조공단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감사까지 진행한 법무부다.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는 이 이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법무부가 갑자기 구조공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이 이사장을 해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장을 임기보다 빨리 해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5월에 취임한 이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까지여서 아직 1년1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다.

이 이사장 역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장을 해임하려는 예정된 수순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저에 대한 공개적인 망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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