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청와대 디지컬소통센터장이 26일 법조기자단 해체 청원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정수 청와대 디지컬소통센터장이 26일 법조기자단 해체 청원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년여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정치이슈의 전장(戰場)은 법무부와 검찰, 법원 등 법조 영역이었다. 법원과 법무부 검찰, 헌법재판소, 변호사를 취재, 기사화하는 법조출입 기자들은 이 전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국사태에서 비롯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친정권 검사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이에대한 법원의 제동... 마침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물러섰다.

이 와중에 대표적인 친정권 매체로 꼽히는 한겨레신문의 현장 기자들이 자사의 관련 보도가 정권편향적으로 이루어져왔다고 반성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청와대는 그동안의 윤석열 사태 보도에 대한 불만으로 법조기자단 해체를 옹호하는 일이 26일, 한날 동시에 벌어졌다.

한겨레신문 현장기자 40여명, “법조 보도 데스크 주도로 정권 편향적”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사실, 팩트의 기반위에 합리적 판단을 근거로 불법 무도한 운석열 사태를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과 달리 일부 좌파 친정권 매체들은 그 와중에서도 추미애 장관을 감싸고 윤 총장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대표적인 친정권 매체로 꼽히는 한겨례신문의 일선 기자들이 그동안 자사의 보도가 언론의 정도가 아니었음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겨레 기자 41명은 26일 한겨레 편집국 국·부장단에게 이메일로 보낸 성명에서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며 “국장단의 어설픈 감싸기와 모호한 판단으로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청와대나 법무부 관련 의혹 취재는 가장 늦게 시작했으며 결국 빈손으로 빠져나오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한발 늦은 취재를 넘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며 “이런 일들이 결국 현장에서 무기력을 넘어서 열패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에 유독 관대했다”고 밝힌 뒤 최근 한겨레의 청와대와 법무부 관련 3건의 기사‧사설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기자들은 먼저 지난해 11월25일자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 기사를 두고 “추 장관의 틀린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법원,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인용하자 정반대 분위기로 기사작성 요구”

한겨레 기자들은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인용 당시 현장 반응을 담는 보도도 실제와 정반대 내용을 작성토록 주문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일 오전 한겨레 지면 계획에 “‘법원 초토화시킨 장본인인데…’ 윤석열 살린 법원 결정에 착잡한 판사들” 제목의 기사가 잡혔다고 밝힌 뒤 “애초 현장 기자들은 ‘법원이 추 장관의 행정권 남용을 제한했다’, ‘재판부의 법리와 양심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판사들의 반응을 묶어 발제했지만, 편집회의를 거치더니 취지가 정반대인 기사안으로 정리됐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지난달 21일 “이용구 차관 관련 검찰 수사지침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 보도에 대해서도 “무리한 편들기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건에 경찰이 강화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검찰 수사지침에도 이 건은 ‘운행 중’ 일어난 사건으로 아직 분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이 기사에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어도 어차피 특가법 적용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라며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라는 현장 보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이를 지면에까지 실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장단에 묻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심지어 지난 15일자 지면에 실린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라는 제목의 사설은 ‘실체적 정의’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상황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해당 사설은 “일부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까지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썼다.

기자들은 “인물을 떠나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의 적법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건 한겨레가 지난 30년간 지켜온 가치”라며 “조국 사태 때부터 지적된 편들기식 보도가 이런 사설과 보도를 낳은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법조 기사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 그에 따른 부끄러움과 책임은 온전히 현장 기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한겨레가 어쩌다가 ‘파시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사를 쓰게 된 걸까”라고 했다. 이어 “이해관계를 떠나 틀린 건 틀렸다고 비판하고, 의혹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취재해야 한다”며 “데스크에서 구체적인 정황이나 물증 없이 ‘한쪽 편을 드는 기사’를 현장에 요구하며 설명하는 게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 기자들은 지난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비판 보도가 삭제된 것에 항의하며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 친정부 매체의 검찰기자단 폐쇄 청원에 “개선해야” 응답

한편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26일 일부 친정부 인터넷 매체가 제기한 ‘검찰기자단 폐쇄’ 요구 국민청원에 답했다.

그는 “기존 기자단이 다른 언론사를 평가하고 출입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있다”며 “검찰기자단 운영 관련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윤석열 사태 와중에서 일부 친정권 인터넷 매체들이 “기존 언론사들이 법조기자단을 통해 정보를 독점하면서 윤석열 총장을 옹호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법조기자단 해체 국민청원을 낸 것에 호응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부도 기자단 자체 운영과 별개로 출입증 발급, 보도자료 배포 범위 등 기자단과 협의해 온 기존 관행을 면밀히 살펴보고, 보도자료 및 공식 브리핑 공개 등 정부 부처 차원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해 추후 법조기자단에 대한 정부 조치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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