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국회도서관이 갖고 있는 700만권의 도서를 디지털화 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깔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기본적인 방침은 그대로 갈 것이다...디지털화된 정보와 지식은 인공지능의 빅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다...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이 같은 성과가 가시화 되면, 그야말로 국회에 새로운 환경이 열릴 것이다"

펜앤드마이크는 취임 1주년을 맞은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을 만나 지난 취임 100일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국회 정보 디지털화'와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국회 부산도서관' 등의  진행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또 지난 1년 동안의 소회와 남은 임기동안의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국회도서관장 취임 1년 소회 말씀 부탁드린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국회도서관의 성과는 곧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국민들의 시각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국회도서관이 갖고 있는 700만권의 도서를 디지털화 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깔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기본적인 방침은 그대로 갈 것이다.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디지털화 방침에 대한 기초 작업을 완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회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가져갈 계획이다.

-취임 직후 코로나 사태에 직면했다. 국회도서관은 어떻게 바뀌어 운영되고 있나.

=몇 차례 코로나에 대한 정책 변화로 때에 따라서는 도서관을 완전히 폐쇄하고, 어떤 때는 사전예약자를 통해 부분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폐쇄한 상태다. 앞으로 비대면 시대가 지속될 것이 자명하기에, 국회도서관 역시 코로나 시대에 맞게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직접 국회도서관에 오지 않아도 전자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위한 이 같은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국회도서관 전체 업무의 20%에 불과하다. 국회도서관의 또 다른 고객은 국회의원들과 국회 직원들은 언제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국회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업무 뿐 아니라, 개별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요청했을 때 회답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도서관이라고 해서 사서만 있는 게 아니고, 박사급 조사관 등 전문가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국회도서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또 국회도서관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데, 비대면 시대에 맞춰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해 동영상 회의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국회도서관에서 많은 정기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책 등 인쇄물에 의존해 공급했었지만, 최근에는 동영상을 활용해 국민들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취임 100일 인터뷰 당시 '정보 디지털화'에 대해 강조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정보 디지털화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졌는데 진행 상황은?

=기본적 방향은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700만 장서뿐 아니라, 국회에 존재하는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그 프로젝트의 첫 해로 150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4년 간 150억 원씩의 투자를 하는 것이 확정돼 있다. 이 디지털화 작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디지털화된 정보와 지식은 인공지능의 빅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때문에 국회도서관은 서울대 인공지능연구소 등 전문 교수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어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이 같은 성과가 가시화 되면, 그야말로 국회에 새로운 환경이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보다 효율적인 입법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완공예정(개관 2022년 2월)인 국회도서관 부산분관에 대해 부산시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부산분관 완공 일정상 문제는 없나? 부산분관만의특징과 경쟁력은?

=부산분관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 6월에 준공하고, 내후년 2월에 개관될 것이다. 이번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부산 분관의 구체적인 직제도 통과 됐다. 부산 분관의 공식 이름은 ‘국회 부산도서관’이다. 관장 등 총 45명의 직원이 상주할 계획이다. 부산도서관의 직원은 국회도서관의 직원 뿐 아니라, 모든 전문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부산 시민들이 부산도서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실제로 부산 도서관은 부산지역의 균형 발전에 상당히 이바지 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문화 자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부산도서관은 부산시의 지역 간 균형발전 뿐 아니라 부산시 문화 발전에 충분한 촉매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 아쉬웠던 점과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의 포부 말씀 부탁드린다.

=국회의 여당과 야당은 서로 다른 이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치집단이다. 때문에 여당과 야당은 다툼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세상 어디에도 다툼하지 않는 국회는 없다. 다만 이 다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다. 논리를 통해 다툼을 할 때, 상대방의 논리에 의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지식과 정보가 기반이 돼야 한다. 이 논리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가 바로 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국회의원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년 동안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이는 앞으로도 국회도서관이 개별 국회의원들에 대한 입법서비스를 수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국회도서관을 많이 활용하는 의원들이 정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도서관이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힘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정치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볼 생각이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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