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 있다. 인적 자본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지식 수준, 문화 수준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는 국회도서관의 기능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300명 국회의원들의 지적 수준을 높인다면 좀 더 나은 정책을 개발하게 되고, 그것이 곧 대한민국 발전으로 이어진다. 물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국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

국회도서관장 취임 100일을 맞은 현진권 관장은 10일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를 갖고 "100일 동안 관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런 사명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그래서 외형적 직책은 도서관장이지만, 국회도서관을 경제학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 관장은 또 "국회도서관은 대한민국의 문화 유전자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책은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다. 책 읽는 국민을 만듦으로써 대한민국의 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책 ‘치명적 자만’을 추천하며 "마치 2020년의 대한민국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2일 취임한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차관급)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해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으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바른시민회의 사무총장과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자유경제원 원장 등 각종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이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의회도서관이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도서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사명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취임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현진권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00일 동안 '경제학자'가 아닌 '국회도서관장'의 삶 어땠나. 

"경제학에서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 있다. 인적 자본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지식 수준, 문화 수준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는 국회도서관의 기능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적 자본은 국회의원들이다. 300명 국회의원들의 지적 수준을 높인다면 좀 더 나은 정책을 개발하게 되고, 그것이 곧 대한민국 발전으로 이어진다. 물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국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 

100일 동안 관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런 사명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래서 외형적 직책은 도서관장이지만, 국회도서관을 경제학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려고 한다."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 소개 부탁드린다.

"국회도서관의 수요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수요자는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보와 전문지식이다. 국회도서관은 이런 정보와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의원입법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브레인이다. 

두 번째 수요자 그룹은 국민이다. 아직도 일반 국민들이 국회도서관에 대한 어려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아마 과거의 기억 때문일 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회도서관은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석·박사 논문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공개됐다. 그래서 여전히 국회도서관 하면 석·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국회도서관은 이제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국가의 공공 자산이다. 국회도서관은 현재 680만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집합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회도서관을 통해 이 방대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국회도서관은 국민들이 찾아오는 장소일 뿐 아니라, 거꾸로 국민들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은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다. 책 읽는 국민을 만듦으로써 대한민국의 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국회도서관은 대한민국의 문화 유전자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입법지원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과 정책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외 사실 정보를 조사해 제공해 주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주제 전문사서와 외국자료 및 외국법률 조사 전문직원들은 국내외 입법사례, 판례 및 제도, 정책, 현안 등에 대한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해 제공하고 있다. 의원실에서 정책 혹은 외국법률자료 등에 대한 번역을 요청하면, 번역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정책을 매개로 해 국회의원과 각 분야 전문가들을 연결시켜주는 전문가 정보 플랫폼인 국회휴먼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국회도서관이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입법과 정책, 현안 관련 조사 자료는 의원에게만 제공한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들이 주최하는 정책 세미나와 공청회 자료 등 의원의 의정활동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국회 내부뿐 아니라 일반국민들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방대한 정보를 국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나.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책이라는 것의 현대적 의미는 정보다. 이제 책은 인쇄물 형태로 존재하는 문서일 뿐 아니라, 디지털화된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프라인 책에서 온라인 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국회도서관도 전자도서관 확충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빅데이터로 생각할 수 있고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가는데 중요한 자산이다. 국회도서관은 책에서 출발해서 정보,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는 2022일 개관 예정인 부산 국회도서관 분관, 어떤 역할을 하나.

"오는 2022년 2월에 부산분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부산 분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보존의 확충이다. 국회도서관은 현재 680만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서가가 85% 채워진 상태다. 만약 부산분관이 없었다면 2023년에 서가가 100% 꽉 차게 된다. 용량 초과다. 이를 부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산 분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100만권씩 부산관에 책을 이전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향후 15년가량 책을 보존을 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산에 국회도서관 분관이 들어서게 되면 소장 기능 뿐 아니라 부산의 문화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분관이 들어서는 명지국제신도시는 부산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대규모 주거단지다. 이 지역에 부산 분관이 들어서게 되면 부산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회도서관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국회기록보존소 홈페이지에 관련 기록물을 공개한 바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국회도서관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국회도서관은 지능형 의회 정보 융합 분석 시스템 ‘아르고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온 국민의 관심사인 ‘코로나19’를 자동 추출해 낸다. 

이후 트위터, 블로그, 카페 게시물 등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하는 정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제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회에 묶여 있는 의안을 보여 주거나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감염병 관리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코로나19'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린다.

"어떤 국가든 재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문화 수준이 결정된다. 선진국이 단순히 GDP가 높아서 선진국이 아니다. 재난에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선진국이다.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분한 마음과 이성적인 대처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추천하고픈 도서가 있다면.

"자유주의와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고 있다. 많은 자유주의 책이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책이 한 고전에서 파생된 내용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을 추천한다. 

이 책은 하이에크가 말년에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책이 쓰여진 시간과 공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마치 2020년의 대한민국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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