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공시가격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현실화
어떤 형태의 집이라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들 세 부담 크게 늘어
다주택자, 유주택자 때리기에 환호하고 지지한 대가
집을 사기도, 살고있는 집에서 다음에 살 집으로 갈아타기도 힘들어져
전월세시장도 불안정해 무주택자도 속 편치 않아...전문가 "진퇴양난의 상태가 될 것"

정부가 현재 시세의 50~70% 수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때리기에 환호했던 1주택자들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의 세금 인상이다. 

국토연구원은 27일 공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의 주요 골자는 2030년까지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가의 90%로까지 맞추는 내용이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더 올라가면 어떤 형태의 집이라도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세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는 물론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서민들도 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토지 등 부동산을 소유한 모든 사람은 '증세'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소식에 "다주택자를 겨냥하던 정부가 이제는 1주택자까지 세금 폭탄의 과녁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그리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편가르기하며 각종 규제남발을 자행해온 것을 지지한 대가라는 싸늘한 시선도 팽배하다. 고가주택만을 타깃으로 증세하는 것 같아 환호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9억원 이하의 모든 중저가 부동산에 대해서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각종 세금을 인상하기로 해 '남의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실화율 인상으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1주택자뿐 아니라 저가 1주택 소유자도 조세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이유로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 보다 낮게 결정하는 관행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적정가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유형간에도 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지·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은 보유세 및 부담금, 복지수급 등에 있어 부동산 가치반영의 기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 국민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세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서민의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은 정부와 협의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 중산층의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까지 올리면 세금 부담은 집값이 한 푼 오르지 않더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세 6억원인 노원구 중계동 '무지개아파트'(59.26㎡)는 올해 보유세가 44만원이었지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116만원을 내야 한다. 정부가 9억원 미만 주택은 향후 3년간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이 없도록 속도 조절을 할 방침이라 했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9억원 미만 주택으로 분류돼 혜택을 볼 수 있는 가구는 점차 줄어든다.

다주택자는 그야말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율이 최대 6%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통과로 바뀐 종부세율은 내년 6월 1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시세 90%까지 오르면 세수가 증가하기에 정부는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악은 전월세 시장까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토록 불안정한 시장에서 "서민들은 자기 집을 갖고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고, 그렇다고 전세가 풍족해 마냥 임대를 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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