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사회주의' 개헌안 해부③…경제및 노동분야
'노동자만의 헌법'..."미래 성장 동력 갉아 먹는다" 우려 쏟아져
’토지로 사익 추구해선 안 된다‘는 토지공개념, 시장경제 기본질서 위배
전문가들 “의무 없이 권리만 키웠다” vs 양대 노총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 청와대’가 오는 21일, 30년 만의 개헌안 발의를 예고했다. 앞서 대통령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한 달’에 걸쳐 자문안을 만들어 내놨다. 공식 대통령 발의 전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조문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대략 ▲5.18 등 헌법 前文(전문)에 삽입 ▲기본권 확대 및 ‘노동3권’ 등 강화 ▲지방분권 강화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권력구조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문위안은 ‘지방정부’ 개념 도입으로 대한민국을 조각내고, 사회주의 경제로 과격한 유턴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개헌은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PenN은 오늘부터 ▲헌법 전문 및 기본권 ▲지방분권 ▲경제 관련 조항 ▲권력구조 ▲가정 해체 등 다섯 차례에 걸쳐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안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미 시도해봤지만 안 된 것들을 다시 헌법 개정안에 넣었다. 역사를 거스르는 개헌안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을 놓고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을 포함해 과거에 이미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켰던 각종 경제 관련 조항을 헌법 개정안에 대거 포함시켰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

특위의 개헌안은 양대 노총이 주장해온 각종 요구안을 일방적으로 대폭 수용했다. ▲‘근로(勤勞)’라는 단어를 ‘노동(勞動)’으로 바꾸는 방안이 포함된 것은 특위 자문안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립적 단어인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은 소위 ‘운동권’이 정치적 의도를 담아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자문안에는 또 소위 ‘경제민주화’ 관련 조항이 대폭 신설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토지공개념을 구체화 및 강화했으며 ▲소상공인 육성‧보호 의무와 소비자 권리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文대통령 자문위 헌법개정안 '경제 관련' 조항 주요내용

◇‘근로’→‘노동’으로 변경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

◇'토지공개념' 구체화 및 강화

◇소상공인 육성‧보호의무 명시

◇소비자 권리‧국가의 의무 명문화

◇공무원 노동 3권 인정(군인‧경찰 제한)

특위는 이같은 경제 관련 개헌안 조항의 원칙이 “내 삶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드는 헌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 노력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문안이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사회주의’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토지로 사익 추구해선 안 된다‘는 토지공개념, 시장경제 기본질서 위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토지공개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토지는 공공성을 가졌으므로, 토지로부터 나오는 수익 또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관련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위는 다만 “토지공개념을 보다 구체화해 국가의 토지 재산권에 대한 의무 부과와 권리 제한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은 이미 과거에 몇 차례나 도입됐다 재산권 침해 논란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례가 있다.

지난해 9월 4일, 국회에서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9월 4일, 국회에서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태우 정부 정부 당시에는 헌법 122조를 근거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200평을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하려는 개인과 법인은 시장이나 군수 등에게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하고, 지가가 상승하거나 개발해 이익이 나도 국가가 환수했다. 하지만 이 법률은 모두 헌법불합치나 위헌 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노무현 정부도 종합부동산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시장경제 원칙 훼손에 대한 우려에 밀려 무력화됐다.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이같은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의 위헌성과 반시장성을 지적한다.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시한 ‘헌법 23조’와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헌법 10조’와 상충한다”며 “이를 헌법에 도입하면 국가가 언제든 토지의 사용과 수익, 처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지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애초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이미 우리나라에 토지공개념이 도입된 상태라면 굳이 헌법에 명문화해 국민적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는 지 의문스럽다”며 “국민적 반발과 자유 민주주의의 시장경제 기반을 흔들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 교수도 “이미 토지의 특별한 공공성을 인정해 용도 규제, 사용 규제 등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토지를 사유(私有)해선 안된다는 식으로까지 강화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의무 없이 권리만 키웠다” vs 양대 노총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의무와 책임이 없이 권리를 대거 신설한 것과 ▲‘파이 키우기’에 대한 고민 없이 ‘나누기’에만 초점을 맞춘 것 또한 이번 자문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경제 혁신의 기반이 되는 자유와 창의, 경제 체력 확충 등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윤창현 시립대 경영학 교수는 “쉽게 말하면 ‘나누는 것’에만 신경 쓰고 ‘키우는 것’에는 소홀하다”며 “한쪽 방향만 보고 있는데, ‘키움의 가치’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이 같더라도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며 “투입도 중요하지만 어떤 성과가 났느냐에 대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임금을 주려면 성과가 동일해야 한다는 부분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권리 보호가 모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소상공인들을 먹고 살게 하려면 소비자가 손해를 봐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일 싼 제품을 구입하는 게 바로 권리다”며 “소비자는 품질보호 등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헌법에 그런 걸 자세히 기록하는 나라는 없다”며 “헌법은 나라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만 얘기하는 건데, 개별법을 놔두고 헌법에 그런 권리를 넣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대노총 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헌법 개정을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양대노총 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헌법 개정을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대 노총은 특위 자문안에 대해 “노동이 사라졌다”며 “더 많은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정부의 개헌 발의안에 노동권 조항‧직접고용‧경영참가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계에서는 노총의 이런 평가에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민주화’라는 정치 논리대로 경제질서를 만들면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미래 동력에 보이지 않아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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