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의 행동이 줄을 잇는 것으로 추정

7월 26일 오전 9시 50분경 촬영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에 새겨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또 다시 삭제됐다. 김 장관의 이름은 최근 테이프와 검은 물감으로 보이지 않도록 덮여졌었고, 펜앤드마이크는 이를 14일 단독 보도한바 있다. 덮여져서 보이지 않았던 김 장관의 이름은 이후 한국도로공사에 의해 복구됐다.

그런데 27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기념비에서 김 장관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이 이번엔 검정색 방수 실리콘으로 채워졌다. 

경부고속도로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김현미 장관의 이름이 가장 크게 새겨진 것에 분노한 시민들의 행동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7월 26일 오전 7시경 촬영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을 기념해 추풍령 휴게소에 기념비를 세웠다.  그러나 국토부가, 경부고속도로 대역사(大役事)를 결단하고 진두지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은 기념비에서 빼고, 김현미 장관의 이름을 가장 크게 새겨 넣은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이 기념비 옆에는 주원·이한림 전 건설부 장관을 비롯해 건설부 관료, 국방부 건설공병단 장교, 설계 건설업체 관계자 등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530여명의 이름을 새긴 명패석이 들어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이름은 기념비와 명패석 그 어디에도 없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야당과 대다수 지식인 및 언론, 여당 일각의 거센 반대에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천명하고 추진한다.

당시 변형윤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상대 교수 전원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낭비적이며 대다수 국민이 아닌 극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변 교수는 "고속도로를 만들면 부자들이 기생들과 첩들을 싣고 유람다니는 도로에 불과할 것"이라고까지 혹평을 퍼부었다. 김대중과 김영삼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의 반대도 거셌다. 김대중은 "머리보다 다리가 크고 양팔과 오른쪽 다리가 말라버린 기형아 같은 건설"이라며 "고속도로를 만들어봐야 달릴 차가 없다. 독일의 아우토반이 될 줄 아나. 고속도로를 만들어 봐야 부유층을 위한 호화 시설이 될 뿐"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김대중과 김영삼은 "정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겠다고 해도 16차선(왕복 8차선)은 절대 안된다. 뭣하러 그렇게 넓게 짓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정희는 "내가 야당 반대 때문에 양보하지만...미래에는 반드시 도로가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8차선 (왕복 4차선)으로 하더라도 반드시 경부 고속도로 양 옆으로 50m 는 남겨 두라. 건물 신축을 금지하라. 미래엔 더 확장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시했다.

경부고속도로는 429억원이 투입돼 1970년 7월 7일까지 2년 5개월만에 완공됐다. 연인원 892만 8천명과 165만대의 장비, 16개의 건설업체와 3개 건설공병단이 참여한 대형 사업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인근에는 공사 과정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은 77명의 순직자를 기리는 위령탑이 서 있다.

경부고속도로 완공으로 비포장 길을 돌아 15시간 이상 걸렸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 시간이 4시간 반으로 단축됐다. 이것은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고 막대한 물류비 절감과 유통 혁명을 가져왔다.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생산지와 주요 대도시 그리고 수출 항구 간의 물류수송이 원활해졌다. 물류수송의 혁명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대도시로 유통되어 농촌은 부유해졌고, 수출형 공업단지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는 1970년대 철강, 석유, 화학,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의 중화학 공업단지 건설로 이어졌다. 개편된 산업구조는 수출을 증대시켜 국민소득을 향상시켰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내수산업 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부고속도로는 또한 분리되어 폐쇄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지역들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으면서 지역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와 문화 등의 교류를 가져왔다.

경부고속도로를 기반으로 88올림픽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및 수많은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2007년에는 전국 고속도로 3,000km시대가 열렸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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