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구체적인 고소 죄명 확인 없이 극단적 선택 했을 거라고 쉽게 납득 안 돼...관계당국 朴 연락내용 확인돼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사망하기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청와대와 서울시 등에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시장이었던 피고소인에게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 사법 판단 및 처벌 과정 통해 분노하고 용서하고 회복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뒤 일각에서 나온 "경찰로부터 박 전 시장 사망 전 보고를 받았다"는 설을 일축했던 바 있다. 다만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0일 국회 청문회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던 당일(8일) 청와대에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청와대가 알게 된 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 여기에 반박할 수 있는 피해자는 없다. 현재도 피해자 관련 건이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피고소인이) 고위공직자일 때 피해자의 고소가 보호되고 피고인에 고소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구체적인 고소 죄명의 명확한 확인 없이 피소 가능성이나 피소 여부만으로 극단적 선택이라는 초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쉽게 납득되진 않는다"며 "피해자 측 고소 죄명이 명시된 고소장이 경찰에 제출된 시각 이후 박 전 시장에게 연락된 내용 등이 중요하게 확인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김 소장 발언 전문(全文).>

지난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된 문제에 대해 말했다. 시장이었던 피고소인에게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졌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 사법 판단 및 처벌 과정 통해 분노하고 용서하고 회복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출직 고위공직자,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종합적인 권세를 지닌 정치인에 의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신고나 고소가 제대로 접수될 수 있을까. 외압 없이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수 잇을까. 의문과 불안을 느낀다. 이번 사건에서만이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피해자는 결심하고 나서도 신고할까말까 고민하고 망설이던 시간. 강한 권력에 의해 흐지부지 묻히는 건 아닌지 변호사 상담 전까지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1차 회견 이후 고소가 어떤 경로로 피고소인에게 전달됐는지 규명의 과제가 됐다. 이 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짚어야 할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1) 피해자가 어떻게 고소를 결심하고 어떻게 고소 의사를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피해자는 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등 피해를 꺼내야만 하는 분노가 매우 높은 심리상태에서 법률 상담을 권유받았다. 피해자는 해당 고소가 묻혀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줄 법률가를 찾았다. 찾아가고자 했던 변호사에 대해 댓글도 모두 읽었다. 피해자 변호사는 사건을 법적으로 검토한 후 피해자와 협의해 무료 법률구조를 결정했고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피해자 면담과 자료 확인 후 피해자 지원을 결정하는 절차상 여성단체는 피해자, 변호사와의 첫 면담 약속만을 7월8일에 잡았다. 피해자와 변호사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조사 마친 9일 아침 지원단체는 처음으로 피해자와 처음 면담했고 고소장을 처음으로 확인했고, 피해자 지원계획을 함께 논의한 후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피해자 지원단체는 피해자 변호사, 피해자, 피해자 가족과 함께 상담하고 함께 논의해오고 있다. 

2) 고위공직자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소, 진술, 자료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 ‘청와대 보고’라는 지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청와대는 모두 고소 사실 유출을 부인했다. 그런데 경찰청장 후보 청문회를 통해 경찰은 피해자가 고소의 조사를 받는 당일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 근거 규정은 대통령 비서실 훈령이었다. 이는 앞으로 고위직에 의한 성폭력을 신고해야 할 피해자들에게는 매우 우려되는 내용이다. 경찰은 훈령에 의해 청와대에 보고하지만 청와대는 알게 된 사실은 유출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 이 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피해자는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현재 추가로 피해자가 진행하는 진술, 자료 제출, 추가 고소 이러한 내용도 현재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구체적인 보고방식, 보고 내용, 보고 대상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보호되고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

3) 피소사실을 알게 된 후 피고소인이 죽음을 택한 초유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알려졌는지,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은 법률가였고 대권주자였다. 구체적인 고소 죄명이 명확한 확인 없이 피소 가능성이나 피소 여부만으로 초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쉽게 납득되진 않는다. 피해자 쪽의 고소 죄명이 명시된 고소장이 경찰에 제출된 시각 이후 박 전 시장의 연락 내역 등은 중요하게 확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