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칼럼] 박원순 사망의 진상, 누가 왜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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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7.13 08:15:50
  • 최종수정 2020.07.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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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과 관련해 여권 쪽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박원순은 목숨을 그렇게 끊음으로써 아내와 딸 두 여인에게는 잘못했지만, 그가 또 한 여인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소리는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래서 박원순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종결됐으니 흑백 간에 그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결판낼 길은 지금으로선 닫혀있는 셈이다.

이 틈을 타 여권에선 거리에 많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박 시장님의 뜻을 잇겠습니다” 어쩌고 운운. 박원순에겐 허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캠페인이다. 박원순의 도덕적 파멸은 곧 운동권 전체의 실점(失點)이란 계산에서, 이걸 어떻게든 뒤집어놓거나 희석하거나 탈색시켜야만 한다는 절박함과 다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고인과 가까운 사람들로서는 남들이 아무리 그를 흉보더라도 되도록이면 감싸주고 변호해 주고 싶을 것이다. 그게 정치 이전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도 있다. 이런 기준에서는 박원순 변호 캠페인을 이해해 줄 만도 하다. 그러나 박원순은 워낙 거물급 인사, 즉 공인(公人)이라는 점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대통령 다음 자리쯤에 앉아 있는 막중하고 막강한 고관대작이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했는데 그 원인을 두고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일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그가 자살하기 전날 밤에는 그의 전 여비서 한 명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청에 나타나 박원순이 그녀에 대해 언제부터 어떻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가했는지에 관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박원순의 유언장 작성-가출-자살의 과정은 그 여인의 고소-고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란 이야기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의 여론이 박원순에 대해 압도적으로 나쁘게 일어났다. 그걸 나쁘게 보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될 정도였다. 박원순을 지지하고 사모하고 따르고 존경하던 사람들로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우상과 신화와 희망의 징표가 일시에 우르르 무너져내렸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운동권과 그 지지층이 아니다. 운동권은 자신들의 허물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유구하고도 전통적인 체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은 선(善)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선한 목적을 위해 어떤 악(惡)한 수단이 섞여들어도 당연히 면제부를 받아 마땅하다는 터무니없는 특권의식을 그들은 가지고 있다.

이래서 저들은 “박원순이 한 여인에 대해 잘못했다는 것은 아직 입증된 게 아니다” “고로 이러쿵저러쿵 나쁜 쪽으로 떠들지들 말라”는 말들을 슬슬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피해자 여성의 신상털기를 하고 그녀를 여론재판으로 매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겁주기와 정신적 테러인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도(正道)가 아니라 사술(邪術))이다.

정도는 피해자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녀가 보유하고 경찰에 제시했을 성추행-성폭력의 증거가 있다면 ‘있었던 사실’의 진상을 특정인들이 만약 왜곡할 경우엔 세상에 공개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없다. 박원순에 대한 변명은 무모한 것으로 낙착될 것이다. 여권의 감싸기도 헛발질로 나가 떨아질 것이고 현수막도 황망히 떼어버려야 할 것이다.

박원순이 전 비서의 고소-고발 사건과 무관하게 자살했을 수도 물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확률은 아마 0.0001%도 안 될 것이다. 그는 아주 최근까지 열정적으로, 야망에 차 살아왔다. 그런 그가 갑자기 까닭 없이 “죽어버리겠다”고 결정했을 리는 없고, 틀림없이 “죽는 것 외엔 어떤 사태를 막을 수도 없고 모면할 수도 없다”는 절망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마당에서 피해자 여성과 그의 변호인들은 용기와 사명감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선량한 부류의 국민이 그들을 성원할 것이다. 저들에겐 강한 자 앞에서는 움찔하고 약하게 나가는 자는 무자비하게 깔아뭉개는 비루함이 있다.

저들은 행정-사법-입버권을 모조리 거머쥐고 이제는 못할짓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못할짓 중에는 성폭력 피고소인이었던 사람을 오히려 거룩한 사람으로 추모하고 뇌물 먹고 징역 산 자기 편 전과자의 죄를 무리하게 세탁하는 것까지 들어있다. “소인배들이 무소불위 한다”는 공자님 말씀 그대로다. 진보? 민주화 운동? 헛우슴이 나온다. 운동권이 한 때 스스로 주장했던 도덕적 우위란 이제 100% 무너졌다. 그들은 그저 그렇고 그런, 낯두껍고 이중인격적인 기득권 집단, 억지와 궤변의 집단일 뿐이다.

다부동 전투의 영웅 백선엽 장군은 대전 현충원으로 밀리셨다. 성추행-성폭력 고소사건의 피고소인이었던 박원순은 순직(殉職) 아닌 잠적-자살로 죽었는데도 5일간의 서울시민장 대접을 받는다. 서울광장에는 분향소도 설치됐다. 여당은 박원순만 애도하고 백선엽 장군에겐 입을 다물었다. 정권이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운동권 수중에 들어가니 이런 물구나무 선 개판 세상이 되었구나! 억장이 무너지고 피가 거꾸로 치솟는다. 유유창천(悠悠蒼天)은 오늘도 말이 없다.

류근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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