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진영의 그릇된 행태에 쉽게 눈 감아...우파진영에 겨눈 잣대는 엄격
성추행 물의로 쫓겨나듯 시장 사퇴한 초유의 사건...최소한의 ‘긴급성명’도 없어
나경원 전 의원의 ‘달창’ 언급에 ‘여혐 표현’이라며 즉각 반응
미투운동 후 좌파진영의 성추행 연일 터져나와...안희정·민병두·정봉주 등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참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참고 있다./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대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한 날 다수의 여성·인권 단체들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보수우파 진영의 인사를 향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는 달리, 반대 진영 인사의 그릇된 행태에는 눈을 감고 마는 여성단체의 이율배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24일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물의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한국여성민우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참여연대 등 다수의 여성·인권 단체들은 이날까지 침묵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부산여성단체연합이 “2018년 안희정 사건 때와 달라진 게 없다. 공직 사회 내에 남성적인 문화가 너무 공고하다”며 목소리를 높인 게 전부다.

오 전 시장의 사퇴는 전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뒤 늦은 밤까지 관련 뉴스들이 포털사이트 상위를 차지했다. 한 지역의 시장이 성추행을 벌여 쫓겨나듯 직에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였다. 국민의 공분을 산 만큼 사안이 심각했으나 여성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들은 최소한의 ‘긴급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사실상 여성을 앞세운 정치단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동안 여성·인권단체들은 진영논리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투운동이 촉발된 지난 2018년 2월 친문(親文) 성향 이윤택 단장의 상습적인 연극단원 성추행 사건이 터졌지만, 이들은 일주일간 침묵하다가 여론의 뜨거운 눈총을 못 이겨 성명을 낸 바 있다. 지난해 5월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장의 아내 폭행 사망 사건 당시에도 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반면 서지현 검사가 2018년 1월 JTBC 뉴스룸에 나와 검찰 내 성추행 관련 인터뷰를 하자, 이들은 빠르게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지지자들을 ‘달창’이라고 언급했을 때는 “여혐 표현”이라며 사퇴를 요구했었다.

한편 집권여당 측에선 굵직한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7~2018년 사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11년 기자 지망생인 대학생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성추행한 의혹으로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민병두 의원은 2008년 한 여성 사업가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자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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