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만 아니라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방역 外 문제서 오히려 목소리 높여
"가짜뉴스는 중대한 범죄행위, 특별히 엄정대응, 단호히 대처" "언론 역할도 중요" 보도 검열성 발언
중국인 입국 방지 대책 요구-친중논란 제기 野 겨눈 듯 "정치권은 정쟁 자제" 책임전가성 프레임 씌우기
"우리 자신 지킬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정부비판-反中정서 차단 급급
민방위복 입고 시도지사 화상연결 보여주기식 회의...'中 우한 폐렴' 바이러스 확산대책엔 사실상 빈말뿐
물리적 유입 차단책 없이 "중국 외 여러나라서 확진 환자 발생, 유입경로 다양해질수도" 뜬금없는 발언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정부가 빈틈없이 관리" "국민안전엔 타협 없어" "선제적 예방조치는 과하게"...레토릭 남발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중국발(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관련 정부의 대응 종합점검 회의를 열어놓고, 정작 정치권·언론·국민 입단속에 한껏 열을 올렸다.

'단호한 대처'라는 표현은 관계부처에 "표현의 자유를 넘는 가짜뉴스"를 정부권력으로 차단하라는 요구를 할 때 나왔다. 정부의 무(無)대책, 굴종적 친중(親中)노선을 비판하는 야권을 겨눈 듯 정치권을 싸잡아 "정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압박했다. 

뜬금없이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을 강조하는 언급도 나왔는데, '중국인 입국 금지' 등 물리적인 감염병 확산 차단 대책 요구는 외면하고 정부 비판이나 반중(反中)정서 차단에 급급한 모습을 재차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지사들이 화상연결로 동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부터 중국 우한에 고립된 우리 교민 700여명의 귀국이 시작된다"면서 "귀국 교민의 안전은 물론, 완벽한 차단을 통해 지역사회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당초 수용된 우한 교민을 충남 천안에 수용하려 했다가 갑자기 야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인 충북 진천·충남 아산으로 정부가 독단적으로 변경해 지역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데 대해선 "정부는 임시생활시설이 운영되는 지역주민들의 불안을 이해한다"면서 "대책을 충분히 세우고 있고, 걱정하시지 않도록 정부가 빈틈없이 관리하겠다.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리며,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구체성이 없는 '빈말'로 일관한 것이다.

비단 우한 교민 수용문제 외에도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어디에 있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 "국민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해야 한다", "선제적 예방조치는 빠를수록 좋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대응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2차 감염의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레토릭(수사·修辭)을 쏟아냈다.

관계부처에 요구하는 조치로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도 신속히 진행하고 그 경과와 결과를 투명하게 알리기 바란다",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은 자진하여 신고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증상이 있거나 확진 환자와 접촉했던 분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관리체계를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료기관의 진료와 신고체계 점검, 확산에 대비한 지역별 선별진료소와 격리병상 확충, 필요한 인력과 물품의 확보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중국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입경로가 다양해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까지를 대비해 모든 공항과 항만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를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말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26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처.

특히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방역 외 문제를 거론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장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단언하며 "국민의 일상생활이 위축되거나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또한 "아무리 우수한 방역체계도 신뢰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면서 "특별히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무엇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확산하는 신종 감염병에 맞서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실질적 방역과 무관한 문제에서 오히려 '중대한 범죄행위'를 거론한 셈이다. 그는 "관계부처는 표현의 자유를 넘는 가짜뉴스에 대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해 주기 바란다"면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치권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정쟁을 자제해달라"고 현존 정치권에 '정쟁 프레임'을 재차 씌웠다.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도 당부드린다"며 "신종 코로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고 했다. 구태여 '혐오' 표현으로 반중정서 차단과 무조건적인 정부 신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 축적된 경험도 있다"면서 "또한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과 지역사회가 협력해 주신다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적 불안을 해소할 뚜렷한 대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정치적 수사를 남발한다는 점에서, 전임 정부에만 유독 '대통령 책임'을 요구하던 과거대비 이중잣대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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