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년, 여성 상대로 정부의 지원책 확대...40대의 고용 부진 대책엔 TF 꾸려 눈치보는 식
'노동혁신' 내세우면서 정작 내용엔 '고용안정성 강화', '노사협력모델 창출'만 강조
文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다시 한 번 못 박아

정부가 512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 집행을 통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산업혁신, 노동혁신, 재정·공공혁신을 추진하고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허울만 좋은 구호의 반복일 뿐, 구체적으로 나온 정책은 청년고용장려금 지급 확대, 노인 일자리사업 확대, 무상교육 확대 등 현금성 지원책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각종 정부의 규제로 기업의 자유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오히려 민간 분야를 위축시키고 관치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주재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20 경제정책방향'를 발표하고 ▲산업혁신 ▲노동혁신 ▲재정·공공혁신 ▲인구대응 ▲사회적 인프라 확충 등 5대 부문 구조혁신 20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추진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미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철폐하는 것이 아닌,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 등을 꾸려 정부의 지원책만 남발하는 땜질식 처방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일례로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주력인 40대의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마음이 아프다"며 "40대 고용에 대한 특별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는 데, 이에 따라 기재부·노동부 차관이 공동 단장을 맡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0대 일자리 대책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TF를 통한 지원책을 내놓기에 앞서 이날 40대 창업기업에 세무·회계 등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연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40대 이상 중장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폴리텍 내 특화 훈련 기회를 확대하며, 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대상을 중장년층(35~69세)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이에 현 경제 상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철폐하거나 줄이는 것이 아닌, 땜질식 처방책들만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총 74만개에 달하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당장 1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최대한 내년 조기에 시행해 고용을 늘려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한 해 동안 세금을 풀어 정부주도형 일자리 94만5000개를 만든다는 목표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면 사업주에게 월 30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40대를 살리자는 정책 외에도 정부는 모든 연령층과 여성을 상대로 취업을 지속해서 지원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노인과 청년, 여성을 상대로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새로 뽑는 경우, 최대 3년간 정부가 사업주에게 청년 1인당 연 9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대상 인원을 올해 20만명에서 내년에는 29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정부가 소득을 일부 보태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인원도 25만명에서 34만2000명까지 확대한다.

이외에도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국민에게 5년간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며, 부모 동시 육아 휴직은 내년 2월 말부터 허용된다. 육아휴직 급여도 확대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 제도도 지속해서 추진한다. 

사진: 연합뉴스

아울러 여성가족부는 여성 인권 보호,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신설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힌 각종 직업훈련,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모의 면접 콘텐츠 개발 등에 나선다. 나아가 기업 내 여성 역량을 강화하고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식개선 작업, 관련 연구조사, 제도개선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교 무상교육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한 무상교육을 내년엔 2·3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약 88만명의 고등학생이 무상교육 대상이 되며 이에 따른 소요 예산은 6594억원 정도다. 이외에도 정부는 8대 핵심선도사업과 13대 혁신성장동력 분야의 석·박사급 인재를 기르기 위해 대학에 정부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각종 지원책으로 정부는 2020년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짜는 한편, 노동개혁에 대해선 '고용안정성 강화', '근로시간 제도 합리화', '노사협력모델 창출' 등을 내세웠다. 불황의 핵심이자,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이외에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내년 2분기에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패키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출산율 제고'라는 명목으로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5만2000호와 신혼희망타운 1만5000호를 확대 공급하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550개, 직장어린이집은 80개 확충하고 온종일 돌봄이 이뤄지는 초등돌봄교실을 1만3910곳에서 1만4619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다가올 2020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때"라고 정의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재정을 풀어 확대한 60세 이상의 일자리만 늘어났음에도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참으로 다행스럽다"며 "고용이 양과 질 모두 뚜렷한 회복세"라 말하기도 했다.

최근 불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다시 한 번 못 박으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성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드릴 수 있어야 한다", "혁신·포용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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