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통감" 말뿐인 문희상...야당-시민 공동규탄에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 유린" 비난
"책임 통감" 말뿐인 문희상...야당-시민 공동규탄에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 유린"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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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본회의 개의 무산 알리며...제1야당 '원천 반대'하는 패스트트랙 악법 합의처리 거듭 종용
여야 공히 비판 형식 취했지만 "제발 상식과 이성 갖고 협상 나서라" 野에 공수처-선거법 합의 압박
이날 오전-오후 3당 원내대표 소집 거부한 심재철 "(회동 일정은) 의장이 관여할 바 아니다"
'본회의 일정은 원내대표간 합의사항' 강조한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대화 중" 알리기도
의장이 원내대표들 일방 호출하고, 국회 대변인이 未完의 합의 기정사실인양 발표하는 행태 지적
여야 합의 없이 512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2020년도 정부예산안을 지난 12월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12월16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개최한 자유한국당과 이에 동참한 시민들로부터 강력 규탄을 받았다. 문희상 의장은 이와 관련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고 야당과 싸잡아 비난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군소정당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야합으로 밀어붙여온 선거제 개악-검찰장악 논란 법안에 사실상 '무조건 처리'를 종용해 온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의사일정 논의 불발로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하면서도 제1야당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 출신'다운 여권(與圈)편향을 거듭 드러냈다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까지 문희상 의장은 오전 11시와 오후 1시 두차례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으나, 일방적인 의사일정 지정과 '패스트트랙법안 합의 처리' 종용에 반발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문 의장은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오늘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며 "또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법안들)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한국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교섭단체 합의를 무시한 패스트트랙 안건 전면 철회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정식 논의를 촉구하며 맞서왔지만,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거듭 그대로 둔 채 야당에 합의처리를 종용한 격이다.

브리핑에 따르면 문 의장은 또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Democracy·민주정)는 온데간데 없고, 비토(Veto)크라시 만 난무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라이벌이 아닌 에너미(Enemy),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국회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지금의 국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만 연출해 부끄럽고 부끄럽다. 매일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문 의장은 "우리 헌법은 누구나 '아니오'라고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나, 헌법에서는 중요한 국가운영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를 규정해 국회를 국민의 뜻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된다면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것은 스스로 국회와 권위와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며 "국민이 매일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도 모자라 부추기는 정치행태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오늘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 급기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 모두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발 상식과 이성을 갖고 협상에 적극 나서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언급대로면 '상식과 이성'이 결여된, '국회를 유린'한 세력으로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개최한 한국당과 이에 동참한 시민사회를 싸잡아 규정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12월1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개최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대여(對與) 규탄대회는 국회 경내 정당집회 사상 보기 드문 '시민사회 동반' 집회로 진행됐다. 한국당 지도부,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당 사무처 직원 및 의원 보좌진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합세해 참여자만 1000명을 넘나드는 것으로 추정된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한국당 의원총회 종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문 의장이 '협상에 나오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하는데, 이건 3당 원내대표가 서로 협상해 풀어나갈 문제"라며 "협상에 나와주길 촉구한다는 표현을 써서 한쪽에 치우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대단히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의장의 이런 발언이 엿보이는데, 오늘까지의 예산안 날치기(지난 10일 밤 본회의) 이후 계속 진행되는 상황들이 유감스럽다"고 맞받았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3당 원내대표 소집 관련 "오전 11시에도 안 갔고 1시 이후에도 회동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이건 의장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며 "'여야 원내대표들끼리 이야기하고 의장에 말하는 게 순서'라고 말하고 안 갔다. 여야 원내대표간 접촉으로 접점이 있는지를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다른 당 원내대표들과 언제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이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대화 중이고, 논의할 사항이 거기에서 정해지면 원내대표끼리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여권발 패스트트랙 법안 정기국회 내 상정 보류-한국당 199개 안건 필리버스터 철회 약속을 맞바꿨다'는 잠정 합의 내용을 각당이 의총 추인을 받기 전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기정사실인 듯 브리핑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장이 주재한 여러 협의를 지켜보면, 분명 협의 과정에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동의와 추인을 받아야 합의안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말씀드렸는데 마치 국회 대변인이 나서서 3당 원내대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국민에게 거짓말로 호도했다"며 "거기에서 불신이 계속 쌓이면서 의장이 주재하는 이런 모임 자체를 원내대표께서 믿을 수 없다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시도)부터 예산안 날치기까지의 의장 모습은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국회법을 무시하는 모습"이라며 "원내대표께서 이에 항의하는 것이고, 대화 과정은 각당 원내수석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이뤄진 3당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 중간 고성으로 언쟁이 벌어진 것과 관련 "의장실에서 고성이 들려왔다고 했는데 국회 대변인이랑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동 직후 당시에도 언론에 "(문 의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대변인이 끼어들어서"였다며 "대변인이 '국회의원들이 협박한다'면서 책상을 치고 고성을 질렀다"고 상황을 전했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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