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좌파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온 여성단체들의 ‘눈치보기’
고은-이윤택 성추문에 일주일간 침묵하다 뒤늦은 성명 발표
타락한 좌파 문화 권력의 문제를 ‘男-女 성대결’로 몰아가

한국 여성단체들이 문화계에서 시작된 성추문 여파에 ‘눈치 보기’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21일, 좌파 문화계의 원로(元老)로 대접받는 고은 시인이나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문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데도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성폭행 폭로가 나온지 일주일 만이다. 성추문 파문에 대한 여성 단체의 성명으로는 이례적으로 늦은 대응이다. 지난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인터뷰가 나왔을 때는 바로 다음날 격렬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의 내용도 문제의 핵심을 피해갔다. 타락한 좌파 문화 권력의 문제를 성대결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서에서 ‘문제의 핵심은 성차별적 권력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문화계 성추문 파동이 ‘성차별적인 사회문화와 여성혐오적인 남성문화’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은씨와 이윤택씨에서 시작된 문화예술계 성추문 파동은 타락한 좌파 문화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유독 사회문제를 예술의 수단으로 활용하던 이들이 이번 성추문의 주인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택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탄핵 정국 때는 “광화문 촛불혁명은 우리나라 보수의 붕괴를 보여준다“며 ”기존 보수는 더 희망이 없다“고도 말했다.

여성단체들도 그간 꾸준히 국가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탄핵 정국 때는 좌파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데 앞장섰고, 지난해 8월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전쟁불사론을 운운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예인은 “이번 성추문이 좌파계 문화 권력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여성 단체들이 바판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이 문제를 남녀 성대결로 몰아가는 게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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