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헌재소장, 사건 당일 경찰에 ‘면책대상’ 주장...경찰 사실 확인도 않고 풀어줘 논란
외교부가 ‘면책대상 아니다’ 유권해석 내놓자 경찰 뒤늦게 신병 확보에 나서
몽골 헌재소장, 발리 회의 마치고 몽골행 비행기 위해 환승 차 인천공항서 대기 중 경찰에 체포돼

'승무원 추행' 혐의 받는 몽골 헌재소장./연합뉴스
'승무원 추행' 혐의 받는 몽골 헌재소장./연합뉴스

오드바야르 도르지(Odbayar Dorj·52)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6일 재입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도르지 헌재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사건 직후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연행했지만 그가 외교관 면책대상임을 강하게 주장하자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풀어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인천 국제공항에서 도르지 소장을 체포 연행해 2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회의를 마친 도르지 소장은 몽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환승 차 인천 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이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여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벌였다. 도르지 소장 일행 A(42)씨도 다른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했다. 사건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다른 승무원 B씨에겐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도르지 소장은 사건 발생 5분 뒤인 오후 8시 10분쯤 사법권을 가진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현행범으로 경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도르지 소장은 “내가 헌재소장이고 국제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출국을 막으면 외교적으로 불법체포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경찰은 도르지 소장이 면책특권 대상자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외교부 당직자에게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도르지 소장을 석방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일 외교부가 도르지 소장이 빈(WEIN) 협약 및 국제관습법상 면책대상 외교관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경찰은 해당 사건을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배당하고 도르지 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도르지 소장은 인도네시아 발리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임의동행해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도르지 소장은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추행을 벌였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외교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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