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휴전 대가로 시리아 북동부 지역서 쿠르드족 쫓겨날 판...해당 지역은 터키가 통제
트럼프 “모두에게 대단한 날”이라며 자평...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도 풀어줘
쿠르드 합의 수용했지만...다른 지역에서 전쟁은 계속한다는 입장 고수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연합뉴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EPA=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있는 쿠르드족을 몰아내려는 터키가 닷새간 침공을 중단하기로 17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시리아 미군 철수를 감행하며 터키의 공격 활로를 열어줬다는 비판 속에서 미국이 뒤늦게 중재에 나선 결과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 쿠르드족이 본래 살던 지역에서 쫓겨나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돼 미국의 중재가 유명무실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휴전을 권고하기 위해 전날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했다. 그리고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터키가 닷새간 군사 작전을 일시 중단한다는 데 합의를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건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점유한 쿠르드족의 완전한 철수다. 터키는 이 지역을 자신들이 통제하며, 폭 30km에 길이 480km에 달하는 ‘안전지역’을 설정해 시리아 난민 200만명을 거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쿠르드족의 군사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들이 소유한 로켓·박격포 등 중화기를 모두 회수하며, 전선에 설치된 기지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합의가 성공적이었다면서 “쿠르드족 민병대(YPG)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군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미국과 터키, 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라며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며 자평했다. 미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터키에 가한 경제적 제재를 취소하기로 했다.

터키군 공격받은 시리아 요충지 라스 알 아인./이스탄불AP=연합뉴스

한편 이번 합의는 예전부터 터키가 요구해온 바를 들어준 것에 불과한 유명무실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쿠르드족과 터키의 갈등은 안전지역 관리권을 두고 촉발됐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터키는 국경선 지역을 무단으로 점거한 쿠르드족 자치 구역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래서 터키는 쿠르드족이 있는 지역을 자신들이 통제하는 안전지역으로 설정해 내쫓을 계획이었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사실상 터키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전쟁은 얼마든지 재개될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는 일단 터키의 요구를 부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마즐룸 코바니(Mazloum Kobani) 시리아민주군 사령관은 치열하게 교전이 펼쳐졌던 라스 알 아인과 텔 아비아드 등에서 군사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외 지역에서의 철수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이번 합의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국경 지역에서 쿠르드족이 완전히 철수될 때에만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터키는 합의가 정식 국가들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며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쿠르드족의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휴전이 발표됐음에도 여전히 라스 알 아인에선 터키와 쿠르드민병대 간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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