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한국당 의원, 8월29일자 '제37회 임시 국무회의 회의록' 분석 공개
2년간 정부 추진한 국정과제 포함된 사업, 靑 국가기록원 보고도 3차례 받아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통합기록관 서고 사용률 부풀린 거짓해명 논란
박완수 "美조차 세금들인 개별 기록관 없어, 근거부족" 조경태 "文敵文이냐"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백지화한 일명 '문재인 기록관' 예산이, 청와대의 사후 변명과 달리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사업이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고,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 원장이 지난 3월 두차례에 걸쳐 담당 청와대 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앞서 전례없던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 추진 소식에 대해 문 대통령 본인은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는 말까지 전한 바 있으나 설득력을 잃게 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월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 사업 예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월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 사업 예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시의창구·초선)이 공개한 '제37회 임시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기념관 예산 172억원 가운데 설계비와 부지매입비 등 32억1600만원이 담긴 2020년도 예산안은 지난 8월29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국무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6개 부처 장관 '전원'이 참석했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핵심참모들도 배석했다.

박완수 의원은 "일각에서 당시 국무회의 때 5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30억 원 수준인 개별기록관 예산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했겠느냐고 주장한다"면서도 "대통령기록관은 국정 과제로 추진됐고,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준비하는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지적대로 문 대통령 기록관 건립은 지난 2년간 정부가 추진한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국정 과제 8-1 혁신적인 열린 정부(국가기록원의 독립성 강화 및 대통령기록 관리 체계 혁신)'라는 항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총 세번의 보고를 받았다. 지난 2월27일 국가기록원과 청와대 간 첫 협의가 있었고, 3월 26일과 27일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기존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최재희 관장이 조용우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에게 별도 보고까지 한 사실이 확인된 것.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이 지난 2018년 3월15일 기자회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 2018년 3월15일 노무현 정부 시절 NLL 포기 대화록 유출 등 현 집권세력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사건을 빌미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중순 문 대통령 개인 우상화 논란 등이 일자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세종시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서고 사용률이 83.7%로 곧 포화 상태에 이르는 데다 증축보다 개별기록관을 설립하는 쪽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해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청각 자료 서고의 사용률은 37.3%, 일반문서 서고는 42%에 그치며 비밀문서 서고와 지정기록물 서고는 70%로 집계돼 이 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언급된 83.7%는 대통령이 재임 중 사용한 가구 등 집기,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 등을 보관하는 서고의 사용률로 드러났다. 

또 박 의원은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에서 최초 대통령 기록관을 세종에 위치시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기록관 설치 운영 방안 연구'에서는 서고가 모자를 것을 대비해 그 인근에 추가 부지까지 연구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중 미국 정부가 세금을 들여서 만든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마치 서고가 부족하고, 미국이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개별 대통령 기록관이 필요하다는 국가기록원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문을 연 통합 대통령기록관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결정해 건립된 것으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5명의 대통령 기록물을 보존·관리하도록 설계됐다. 2032년까지 사용이 가능해 문 대통령 이후 차기와 차차기 대통령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수석 최고위원이 10월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조경태 자유한국당 수석 최고위원이 10월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한편 야권에서는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 사업에 '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청와대의 사후 해명에 "문적문(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라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경태 한국당 수석 최고위원(부산 사하구을·4선)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조국(법무부 장관)이 거짓말하는 걸 넘어서서 문 대통령이 거짓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거짓말쟁이 정권,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서글플지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대해 '분명히 대통령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 드디어 꼬리가 잡혔다"며 "지난 9월12일 언론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가 나와서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 표현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본인에게 화를 낸 건가? 이게 바로 문적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속고있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시절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관련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며 '자신이 임명한 검찰을 부정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과거 발언과, 현재 당·정·청이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 범죄혐의 수사' 방해 행보를 빗대 "모순됐다"고 짚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