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추행 논란' 시인 고은 기념관에 3억 들여…이제 어쩌나
서울시, '성추행 논란' 시인 고은 기념관에 3억 들여…이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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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시도서관 3층에 '만인의 방' 개관
고은 시인 서재 그대로 재현
시민들 "전시 의미 퇴색됐다" 항의
고은 시인

좌파 진영의 원로(元老)시인인 고은 씨가 최영미 시인이 상습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시(詩) '괴물'의 주인공이라는 추문에 휩싸이면서 고은 시인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하는 기념관을 조성한 서울시가 난처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1일 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원에 ‘만인의 방’을 개관했다.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25년간 집필한 안성 서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기념관으로,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따 직접 이름을 붙였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6~2009년 집필한 4001편의 연작시로 30권으로 구성됐다.

‘만인의 방’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중 주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전시는 고은 시인의 안성서재를 재현하는 공간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관에는 만인보 육필원고와 집필 당시 조사했던 인물의 연구자료 및 도서, 메모지 등 시인이 기증한 소장품과 일부 자료가 전시돼 있다. 만인보 중에서는 한용운·이육사·김구 등 독립 운동을 했던 위인에 대한 육필 원고 등을 전시했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약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열린 개관식에 박원순 시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12월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를 통해 발표한 시 ‘괴물’이 파장을 일으키며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의 해당 시가 좌파 성향 원로 시인인 ‘고은’을 뜻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괴물’ 논란 이후 최 시인 외에도 여러 문인들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바 있다.

서울시는 논란 이후 ‘만인의 방’과 관련해 "전시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시민의 항의 전화를 수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란으로 서울시 예산 ‘3억원’을 들인 ‘만인의 방’과 관련된 각종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 또는 축소될 전망이다. 당장 올해 4월 프랑스에서 '만인보'를 연구하던 교수가 서울을 찾아 고은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또 ‘만인보’ 원고를 디지털 스캔해 온라인에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한다는 개관 당시 계획도 당분간 진행이 어렵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은 시인 개인보다 작품 자체의 의미를 들여다봤을 때 지금 당장 이 공간을 없애자 말자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화제가 되고 있는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 전문이다.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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