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심 파기환송..."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 규정 어겨"
이재용, 말 3마리 원심 깨고 뇌물로 인정...뇌물액 50억 증가
"삼성, 승계 작업-대가 관계 인정"
삼성그룹, 文정권들어 최대 위기 직면...일본과 갈등에 CEO구속까지
한국당 "文정권, 무엇보다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는 사실 기억해야"
정규재 "나라 말어먹으려는 자들이 도처에서 활갯짓...朴대통령은 이미 잊혀진 것인가"
채명성 "이 부회장, 작량감경하면 집행유예도 가능...판단은 법원에 달려"

박근혜 전 대통령(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右), 최서원 씨.
박근혜 전 대통령(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右), 최서원 씨.

대법원이 29일 소위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체적인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원심을 그대로 수용했다. 뇌물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했고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 씨와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도 그대로 인정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한 분리 선고가 이뤄질 경우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최 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말 구입액 34억원과 보험료 상당액 등 전부를 뇌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2심은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총액은 종전의 39억원에서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 합계 89억원으로 늘어났다.

단 말 3필의 보험료 2억 4146만원과 정유라 씨 말의 차량 이동 비용 5억 308만원은 뇌물로 인정되지 않는 취지의 선고를 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며 당시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의 도움을 얻겠다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원심파기와 함께 재수감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집행유예도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견해도 내놓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즉각 입장문을 발표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날 판결에 대해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에 그쳤다"고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정치적 고려, 정국 상황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률에 의한 엄밀한 심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 세상에 드러난 조국 후보자의 총체적 비리, 대통령 일가에 관련한 의혹, 이미 고발된 여러 국정농단 사건들은 오늘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신 많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으로, 과거에 기대고 분열에서 힘을 모으는 행태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무엇보다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법원은 처음부터 '이번 사건 심리는 피고들이 상고를 포기하였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며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 중에 가장 젊은 민유숙은 '대통령의 말은 곧 강요요 협박'이라고 해석되는 놀라운 주장을 폈다"며 "민유숙은 아직 2016년 가을, 겨울에 걸친 거리와 광장의 분노에 사로잡힌 모습처럼 비쳤다"고 덧붙였다.

정규재 대표는 아울러 "정해진 수순에 따라 진행되는 각본이었지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뇌물액이 39억원에서 89억원으로 불어났다"며 "말의 소유권에 대해서 재판부는 상식과 선입견대로 판결을 내렸다. 그들은 정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확정되지 않은 것을 근거로 감옥에 가두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적당한 추리'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 대표는 "이것이 8월 29일 오늘 대법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라를 말아먹으려는 자들이 도처에서 활갯짓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잊혀진 것인가"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소위 '탄핵 재판' 당시 변호인단에서 활동했던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채명성 변호사는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이 많이 늘어났다"면서도 "(뇌물 액수가) 50억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이기 때문에 집행유예가 잘 안되지만, 작량감경하면 가능하긴 하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채 변호사는 또 "파기환송이란 것이 '형을 얼마로 해라' 그런 파기는 아니고, 무죄 부분 중에 이건 유죄로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뇌물 액수가 50억을 초과하는 것은 확정됐다. 이런 경우에 집행유예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일정을 묻는 질문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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