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방한 목적은 대폭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 요구하기 위한 것
올해 한국 분담금 작년대비 8.9% 오른 1조389억원...매년 협정 새로 해야하는 조건에서 내년 증액 불가피
美, 방위비 무임승차국 韓日...지렛대 전략으로 양측 압박할 전망
트럼프, 분담금 증액 文대통령에게 거론한 후 美北판문점 회동 성사...평화무드 연출 대가로 청구서 미리 제시한 셈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면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목적이 올해보다 5배 오른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라는 30일자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방위비 문제를 논의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만큼, 이와 연계해 볼턴 역시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의 획기적인 증액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는 미국의 외교소식통을 인용, 볼턴 보좌관이 한국 측에  50억 달러선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차 방한해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비용이 50억달러이며, 한국 정부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더 내라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지렛대 전략으로 한·일 방위비 증액 전망

지난 3월 타결된 10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협상에서 합의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조 389억 원으로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올랐다. 당시 협상을 두고 한·미는 진통을 겪었다.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각자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미국이 주장한 협정 유효기간 1년을 수용했다.  대신 미국의 요구 액수였던 10억 달러(1조 1305억 원)보다 소폭 낮은 1조 389억 원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소탐대실, 미국이 요구한 것보다 900여억 원을 덜 주려고 유효기간 1년에 합의함으로써 큰 틀에서는 협상에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협정은 1년만 유효하므로 매년 방위비를 증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유별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방위비 무임승차’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두 국가 중 하나를 지렛대 삼고 양측을 번갈아 압박하는 증액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을 압박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성공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쪽에도 올릴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유럽사령부 산하에 편재돼 어느 한 나라에 독자적으로 주둔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은 주한미군, 주일미군 형태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두 나라와 개별적으로 방위비분담금을 협의한다. 일본의 경우 2016년에 서명한 <재일미군주류경비부담에 관한 특별협정>에 따라 2021년까지 5년간 총 9,465억 엔(약87억달러)의 방위비를 지불한다. 매년 평균 1,893억 엔(약18억달러)을 내는 셈으로 한국의 두배에 근접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내비친 입장을 종합하면, 매년 협상하는 한국 방식을 본보기로 삼아, 오는 2021년 일본과도 협상 방식을 5년 단위에서 매년 하는 것으로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국의 인상 증가율만큼 일본에도 비슷한 증액을 요구할 전망이다.

판문점 회동은 방위비 증액 위한 쇼

미국은 이미 내년 이후 적용할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2년 후 일본과의 새 협정에 대비해 한국에 더 큰 증가율의 방위비를 요구할 전망이다. 볼턴의 방한은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에서 최대한 올리기 위한 사전 포석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증액을 거론한 것은 일종의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타진한 직후 예고에 없던 북한과 판문점 회동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평화 무드를 연출하는 대가로 청구서를 미리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북 판문점 회동은 그것이 가진 선전성에 비해 파급효과는 굉장히 낮다. 미·북 실무협상은 대화 동력을 잃고 난항 중에 있으며,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도발로 한반도 안보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내년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잔뼈가 굵어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으로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교한 증액 요구를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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