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홍보했던 유황현 씨, "나도 곧 폐업할 예정"
최저임금 홍보했던 유황현 씨, "나도 곧 폐업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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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와서 홍보에 열 올렸던 노동부 장관... ‘안정자금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장 목소리는 반영 안해
정부가 주는 안정자금은 4대보험 내면 끝...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지난 2년간의 변화로 32년을 운영해 온 인쇄업소도 폐업할 판
유황현 대표가 운영하는 청운기획
유황현 씨가 운영하는 청운기획

"경제가 나빠서 소득은 줄고 인건비는 계속 상승해 부담만 커진다. 소상공인이 어떻게 버텨낼 방법이 없다.”

5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인쇄거리'에서 ‘청운기획’을 운영하는 유황현(74) 씨를 만났다. 유 씨는 작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겠다며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정책의 홍보를 도왔다. 유 씨는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하루가 다르게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4, 5년 전만 해도 인쇄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다운돼 있다.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한적한 모습의 인쇄업소 거리
한적한 모습의 을지로 인쇄거리

유황현 씨는 유년기에 6·25전란을 거치고 청년기에는 산업화를 겪고 이제는 황혼기에 접어든 현대사의 노장(老將)이다. 기구하고 곡절 많은 시대를 몸소 헤쳐 나왔지만, 지금은 급격한 경기침체와 임금인상의 악순한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에 있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가는 돈만 더 늘어난 상태에서 주52시간 근로제까지 도입됐다. 유 씨는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전문적인 경제 용어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인상된 임금을 주려면 그만큼 매출도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나라 경제가 나빠서 소득은 줄고 인건비는 계속 상승해 부담만 커지는 상태다. 소상공인이 어떻게 버텨낼 방법이 없다.”

유 씨는 "문재인 정권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정책’에 관심을 갖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홍보에 나섰지만, 이처럼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면피용’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여름인가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간담회가 있어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연락처를 알았는지 고용노동부에서 전화가 걸려 와 ”장관님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며 홍보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은 현장과는 무관한 ‘면피용’에 불과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에는 4대 보험에 가입한 직원이어야만 15만원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지원비로 4대 보험을 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전부 소상공인의 것이다.”

유 씨는 97년 IMF 사태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꼽았다.

“그 당시에는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등의 너무 많은 규제를 받는다. 열심히 하려 해도 규제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게 겹쳐서 시장에 일거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이 IMF 사태보다 더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올리겠다며 공약한 가운데, 노동계가 현재의 인상 폭에 반발하며 더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현실에도 유 씨는 개탄스러워 했다.

“노동계는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사업의 이윤이 창출되는 것은 사업주가 잘 나서 그런 게 아니다. 근로자 모두가 잘 해줘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건비가 부담돼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고민하는데도 임금이 적다고 하면 소상공인들은 문을 닫아 버린다. 문을 닫으면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없어진다. 그래서 무덤 파는 소리라고 표현한 것이다.”

유 씨는 “앞으로 인쇄업계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특별시 인쇄 조합원의 수첩을 보여주었다. 수첩 안쪽에 기입된 조합원의 숫자는 2017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1265명에서 1163명으로 줄었다. 2년만에 100여 명의 소상공인이 전망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장을 접은 것이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가 올라가는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데 규제가 많아 발이 묶였으니 별 수 없지 않은가. 다른 소상공인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 함께 침체되는 것이고.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여러 분야에 파급 효과가 나오니 인쇄업계도 좋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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