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아파트 입주 예상' 서울 흑석9구역 주상복합상가…부동산업계에선 "재개발 딱지 샀다" 분석도
2017년 11월 서울시 재개발사업 인가, 작년 5월 시공사 선정…"선정 두달만에 건물 사기 쉽지 않아"
조선일보 "김의겸 매입한 건물, '재개발 완료시 주택 1+1+상가"…김의겸 "2채 가질 생각은 없었다"
전년 채무 '0'이던 김의겸, 은행대출 10억 등 '이자 낼 채무' 13억8천만원…이자만 월4백만원대
金 "30년 전세 살았고 이 나이에 또 전세는 싫어, 팔순 老母 모실 넓은아파트 원했다" 주장도
靑비서관-장차관 이상급 4명중 1명꼴 다주택자…고위공직자 1873명 평균재산 年5900만원 늘어 12억

'투기와의 전쟁' 명분하에 부동산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대변인이 16억원대 빚까지 져 가면서 25억원대 재개발 예정지 주상복합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박시환)가 28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9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소재 복합건물(주택+상가)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살림집이 딸린 2층 상가 건물로 김 대변인이 10억원 은행 대출 등을 동원해 청와대 퇴직후 월세를 받아 살 수 있는 '노후대비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매입한 건물 가치는 김 대변인의 전체 재산(14억1038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이날 전년대비 1억9779만원이 증가한 총 14억103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반면 채무는 16억4579만원에 달해 한해 전 '0원'이었던 것에 비해 급변했다. 배우자 명의로 KB국민은행에서 10억2079만원, 역시 배우자 명의 사인간채무로 3억6000만원을 마련했다. 2억6500만원은 전세보증금 채무였다.

전세보증금을 제외하면 김 대변인이 이자를 내야 하는 채무만 13억8079만원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 최저금리가 연 4% 내외 선이었음을 고려해봐도 연이자 5523만원에 해당해 월 400만원대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연 5523만원은 김 대변인의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1급 공무원의 월급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매입한 주상복합이 재개발 지역인 '흑석9구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역시, 450만원 이상 이자를 매달 내면서 주거 목적, 혹은 노후 대비용으로 산 게 맞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흑석9구역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매매기록을 보면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초 25억원(재산공개 내역엔 25억7000만원)에 이 건물을 사들였으며 그의 보유 지분은 50%로, 부인과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체결 이후 통상 60일 내에 거래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법 규정을 감안하면, 김 대변인은 2018년 5월초~7월2일 사이에 이 주택형 상가를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거래신고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은 작년 '9.13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 때 나온 것으로 김 대변인의 매매거래 신고는 해당되지 않는다. 

2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27일 저녁 김 대변인의 건물 인근 부동산에는 '재개발 투자 상담' 등의 광고 문구가 쉽게 눈에 띈다. 이 지역 부동산 업자는 "흑석9구역은 인근 재개발 구역 중 가장 빨리 이득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 건물 매입은 사실상 '재개발 딱지'를 산 것"이라고 봤다.

이 지역은 2017년 11월 30일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시행인가가 나왔고, 이후 2018년 5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2022년 새 아파트 입주를 목표로 한다. 김 대변인이 7월초 건물을 샀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한 부동산 업자는 '확실한 정보'를 미리 얻지 않는 한 "시공사 선정 두 달 만에 건물을 매입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동산 거래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 중인 시점 강행한 것 역시 의문을 낳고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이 1년에 한 번씩 공개되는 것을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 대변인이 몰랐을리는 없다. '논란'을 감내하고 흑석동 25억원대 주상복합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김 대변인의 이번 투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없고 청와대가 신경쓰고 있는 '다주택자' 논란에 직접 해당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부터 '부동산 투기 억제' 명목 정책에 목을 매 온 '문재인 청와대'의 대변인이 10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을 해 재개발지역의 건물을 매입하는 '부동산 올인' 행태를 보인 것은 국정 최고기관의 신뢰도를 한층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언론은 "김 대변인이 부동산을 매입한 2018년은 부동산 광풍에 집값이 치솟았던, 속칭 '막차'로 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이 비판해온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이 충실히 따른 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일부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2018년 6월21일에 올라온 일명 '흑석9구역' 상가건물 급매 광고 문구.

이런 가운데 '흑석뉴타운 9구역' 상가 건물이 이 일대 부동산업체에서 "재개발 시 새 아파트 2 채와 상가 1채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 급매물이었다는 정황을 조선일보가 28일 보도했다. 김 대변인이 재개발 완료 후까지 해당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가 바로 '다주택자' 대열에 들어선다는 관측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1일을 전후해 흑석동 부동산에는 "흑석9구역 상가주택 급매 1+1+상가 흑석뉴타운"이라는 매물 광고가 올라왔다. '1+1+상가'란 재개발될 경우 건물 소유자가 아파트2채와 상가 1채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은 조건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뚜렷하게 부인하지 않고 "저는 작은 아파트 2채가 아니라 큰 아파트 1채를 원했고 2채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블로그 등에 공개된 이 광고에는 이 건물의 매매가와 건평 등과 함께 "흑석뉴타운 9구역 상가주택이 급매로 나왔다. '1+1+상가' 배정이 가능한 물건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왔다"고 돼 있으며, '대지 80평, 건평 82.3평, 매매가 26억5000만원, 현재 전세 4억6500만원, 월세 275만원, 융자 6억원 이상 가능, 실투자금 15억8500만원' 같은 세부 현황이 담겼다.

이 광고를 올린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이 광고에 소개된 물건이 김 대변인이 구매한 상가 건물이 맞느냐는 문의에 "김 대변인 건물이 맞다"고 했다. 그는 "이 건물은 광고보다 싸게 거래됐다. 좋은 조건이었다"라고 전했다. 해당 광고에는 기대 매매가를 26억5000만원이라고 적었지만, 김 대변인은 25억7000만원에 구매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추가로 낸 해명문에서 "제가 결혼 이후 30년 가까이 집이 없이 전세를 살았다. 그러다 현재 지난해 2월부터 현재 청와대 관사에서 살고 있다. 청와대는 언제 나갈지 알 수가 없는 자리"라며 "제가 지금 나가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사자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는 현재 저희 팔순 노모가 혼자서 생활하고 계신다. 제가 장남"이라며 "그동안 제가 전세를 살면서 어머님을 모시기가 쉽지 않아서 어머님 모실 수 있는 좀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가는 제가 청와대를 나가면 별달리 수익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 상가 임대료를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제 나이에 또 나가서 전세를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투기 의혹 제기에는 "(투기란 건) 제 생각으로는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그 둘 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25억원에 산 그 집이 현재 35억원 가치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지난해 7월과 8월, 9.13 대책이 나오기 전에 서울시내 주택가격이 최고점이었다"며 "그리고 9.13 대책 이후에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투자 고수의 결정'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거기에 제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한편 이날 함께 재산내역이 공개된 핵심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4명 중 1명꼴로 다주택자에 해당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중앙부처 장차관 총 86명 가운데 25명(29.1%)은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을 1채 이상 갖고 있는 이도 22명(25.6%)에 달했다.

청와대에선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46명 중 조한기 1부속실장, 유송화 춘추관장, 박종규 재정기획관 등 13명이 다주택자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1채를 신고했다.

중앙부처 장차관 40명 중 다주택자는 11명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2채씩 보유하고 있었다.

고위공직자 1873명의 평균 재산은 12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고 재산(11억5000만원)보다 5900만원 늘었다.

청와대·중앙 부처에선 주현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이 148억6875만원을 신고해 재산이 가장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산은 20억1601만원으로, 1년 만에 급여 저축 등을 통해 1억3583만원이 늘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억249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증가액이 2억8826만원에 달했는데, 서초구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의 기여분이 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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