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사실상 빼앗았다...권력의 다음 타깃은 누구인가?
文정권,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사실상 빼앗았다...권력의 다음 타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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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회장, 국민연금 반대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국민연금 동원한 기업경영권 박탈 첫 사례
조양호, 특별결의사항인 '사내이사 연임안건' 주주 3분의 2 찬성 못 얻어
1999년 대한항공 회장 오른 뒤 20년만에 사실상 경영권 상실...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타
20년전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 위해 이사선임 요건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바꾼 것이 되려 발목
이병태 교수 "이번 사태로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게 되는 부작용 발생할 것"

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社內)이사 연임이 좌절됐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권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민간 항공사 대표의 경영권을 사실상 빼앗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함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의 이사 선임 및 해임은 보통결의(과반수 찬성)가 아니라 특별결의(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 사항이다. 조 회장의 연임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찬성' 동의를 얻었어야 했지만 3분의 2 찬성표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선임되지 못해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됐다. 1999년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 회장이 된지 20년만이다. 공교롭게도 1999년 당시 대한항공은 외환위기 등으로 외국계 자본에 대한 개방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경영권 방어와 안정을 위해 이사선임 요건을 '특별결의사항'(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 동의)으로 변경했다. 이사선임 요건을 까다롭게 해 외부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목적이었다. 바로 이 20년 전의 결정이 이번에 조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한 것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의 1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조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은 33.4%를 갖고 있다. 

전날인 26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갖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자책임위는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반대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투자자와 일부 소액주주들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등은 조 회장이 잦은 검찰 기소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주주들에게 조 회장 연임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은 향후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과 추진 과정 등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도 당장 조 회장 측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 체제가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경영진에서 빠질 경우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가동과 주요 신(新)항로 노선 개척 등 회사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주요 현안에서 리더십 공백 사태가 벌어져 경영 위기를 겪게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의 개입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국의 민간 기업 대주주들은 앞으로 회사 경영이 아닌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으려 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경영이 아닌 비공식적인 경영 행태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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