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5.24 조치에 "바보같은 제재"라더니…野 질의에 "北에 '도발엔 대가 따른다' 인식시킨 대응"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 5.24 경제제재(5.24 조치)에 대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가'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과거 5.24조치 무용론을 제기하며 "바보 같은 제재"로 평가하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부정하는 듯한 언사로 논란이 됐는데 국회 인사청문회가 임박하자 말을 바꾼 셈이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연철 후보자는 5.24 조치에 관한 질의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 조치로 시행한 것"이라며 "(북한에)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시킨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과, 자신이 "통과의례"로 표현한 바 있는 금강산 관광객의 피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는 "우리 장병과 국민이 사망한 사건"이라며 "북한의 사과를 포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다만 조치 이행 방안에 대해선 "현재 시점에서 그 형식에 관해 미리 예단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흐렸다.

인제대 교수 출신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학자 시절 각 사건마다 '북한 책임론'을 뚜렷하게 제기한 바 없는 김 후보자의 태도가 표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4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차인 2008년 하반기부터 남북 민간교류가 이미 굉장히 위축됐다"며 "남북 경협 기업들 역시 2009년에 들어서면서 대체로 북한을 방문하는 기회나 숫자가 줄어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로 미루어볼 때 5.24 조치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 경협과 교류를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명분'으로 작동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설명했다.

5·24 조치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직접 대응이라기보다는 '대북투자-교류 중단 명분 만들기'와 같은 판단의 결과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5년 발간된 대담집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에서는 "5.24 조치는 북한에는 아무런 고통을 주지 못하고 우리 기업들만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라며 "국제사회에서 이런 바보 같은 제재는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최근 저서 <70년의 대화>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라고 서술한 바 있다"라고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5.24 조치 등 대북제재 대한 해제의 여지를 남기는 입장도 내놨다. 김 후보자는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5.24 조치 해제는 향후 남북관계 상황 및 제재에 관한 국제사회의 결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역대 정부는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지속적인 예외 조치들을 시행해 온 바 있다"라며 지난 2011년의 일부 유연화 조치와 2013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예로 들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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